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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ㅣ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평점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그가 스물 여섯살 정도에 첫 데뷔작으로 쓴 "안개의 왕자"는 청소년문학공모전에 출품해 에데베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열서너살때 읽고 싶은책, 동시에 스물셋, 마흔셋, 심지어 여든 셋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써봐야겠단 생각으로 안개의 왕자를 저술했다고 한다.
막스가 열세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시계수리공이던 아버지는 갑자기 조그만 바닷가마을로 내일 이사갈 거라는 통고를 하였다. 가족들 모두 얼떨떨한 마음으로 이사를 했고, 기분 나쁜 고양이 한마리가 막스의 동생 이리나의 환심을 사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새 집은 전 주인이 아들을 잃고, 아버지도 죽고, 아내가 집을 내놔 방치되어 있다가 막스 아버지 눈에 들어 이사를 오게 된 집이었다.
막스의 집 근처에는 역시 기분 나쁜 조각공원이 있었는데, 조각이 움직이는 듯 하고, 집에서 발견한 영사기를 돌려보니 영화가 아닌 죽은 가족이 찍은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드는 영상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막스는 롤랑이라는 등대지기 할아버지의 손자와 친해져, 누나 알리시아와 함께 셋이 어울리게 되었다. 오르페우스호라는 난파된 배가 있는데, 롤랑의 할아버지가 유일한 생존자이고, 막스는 난파선에서 발견한 별모양이 조각공원에서 발견한 것과 같아 자꾸만 잃어버린 퍼즐을 맞춰야만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참 사춘기인 누나와 롤랑 사이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싹텄지만, 막스는 곧 롤랑이 가을쯤 군에 입대할 거란 이야기에 마음이 씁쓸하였다.
할아버지가 롤랑과 막스 남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막스는 자꾸만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귀가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서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열세살이라는 어린나이였지만, 목숨을 걸고 친구를 구할 정도로 총명하고 용기있는 소년이었다.
안개 속에 보일듯 말듯 그 공포를 드러내는 안개의 왕자.
그는 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며 접근을 하였다. 대가는 자신의 충복이 되면 된다는 것.
아버지의 실직으로 자기도 모르게 복직을 빌고..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무서운 댓가를 걸고..
ㅅ람들은 너무나 쉽게 악마의 유혹에 넘어 간다.
그가 어떤 형상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기때문에..
아주 가까이에 아주 손쉽게 나타나는 여러 이름을 가진 그의 앞에..
사람들은 그 달콤한 유혹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절대 대가 없는 소원은 있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린채..
눈앞의 소원에만 급급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불러올 무시무시한 결과를 상상하지도 못한채 말이다. 악마의 유혹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결말은 너무나 끔찍하다.
표지, 그리고 안개의 왕자라는 제목..그리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이름이 사실 너무나 잘 조화를 이루어 (작가의 이름과 표지가 매칭이 잘된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저 책을 읽기에 급급해 항상 표지나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뒷전이곤 했는데..) 독특한 그의 이름이 내가 처음 읽은 사폰의 이 책의 느낌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해야하나?
20대에 지은 소설, 그것도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설은 탄탄한 구조와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깊은 밤 다 읽고 나니 걷어올린 소매로 소름이 끼쳐 옴을 느낀다. 하지만, 단지 무서움에 올라오는 소름만은 아니었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했음에도 그의 바램대로 30대인 내가 읽어도 정말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었고..그리고 환상적이면서도 (그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과 상반적이라는 이야기지, 아름다운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 소년소녀의 로맨스가 가슴아프며 아름답게 그려지는 훌륭한 소설이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안개의 왕자는 내가 그의 작품으로 처음 읽은 작품이었다. 그의 데뷔작이 그와 처음 만난 소설이 되어서 더욱 기쁘다. 2001년 출간 직후부터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다는 "바람의 그림자"를 읽을 기회가 남아있고, "안개의 왕자"뒤를 잇는 안개 3부작으로 불리우는 "9월의 빛" "한밤의 궁전"등의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작품을 읽었다. 오늘 밤은 그 흥분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