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쇼도 가오루 지음, 박재현 옮김, 야마다 우타코 그림 / 가치창조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길지도 짧지도 않은 동화였는데, 어릴 적에 재미나게 읽은 그 동화를 다시 만난 듯한 기분에 빠져들어 행복한 아침이 되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그런 마인드로 좋은 책 한권을 놓칠 뻔했기에 앞으로 더욱 책을 읽을때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낡은 자동차 아카네를 타고 여행하기로 마음 먹은 요스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작은개 쿤테와 함께 뭐든지 들어드리는 심부름센터를 열기로 하였다. 그리고 책에는 꿈을 먹는 맥과 달을 닦아주는 이야기와 아이스크림 먹는 돌고래 등..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맨 처음에 방문한 꿈을 먹는 맥은 내 어릴 적 읽은 동화 속 그 부분과 닮아 있어서 초등학교때의 어린 나로 되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난 다시 어린 시절의 내가 되어 동화책을 끝까지 읽어내렸다.
 
어릴적에 읽은 동화는 워낙 오래 되어 두 동화가 합쳐진 기억인지 어떤지 모르겠으나  꿈을 먹는 맥이라는 동물이 나를 어디론가 안내를 해주어, 낯설고 환한 어느 집에 들어가자, 차갑고 하얀 달로 은쟁반을 식혀 만든 과자와 뜨겁고 작은 해로 끓여 만든 세상에서 가장 향긋한 차로 대접을 해주는 집이었다.
말로 표현못할 향긋한 그 티타임이 어린 나에게는 몹시 기대되는 흥분이었고, 꿈을 먹는 맥이라는 동물은 그래서 더욱 환상 속의 동물이 되었다.
 
그 동물을 잊고 살았는데 요스케네 심부름센터에서 딱 마주친 것이다.
맥은 잠을 자지 못해 몹시 피곤하다며 재워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요스케가 계속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그만 먼저 잠이 들고 말았고, 꿈을 꾸게 되었다. 꿈 속에서 자동차 아카네를 타고 쿤테와 여행을 가다가 커다란 슈크림 산을 만나게 되었는데..
 
꿈의 끄트머리가 잘려 나갔다. 마치 청소기로 빨아들이듯이, 슈크림이 사라져버렸다. 구름도 푸른하늘도 자동차도 한쪽 구석부터 빨려들듯이 사라지고, 주위는 완전히 캄캄해졌다. 마치 텅빈 깊은 구멍 속처럼.. 20 p  
 
맥은 요스케의 심부름센터에서 안정을 취하고 또다시 들르겠다는 말과 함께 문을 나서는데 어쩐지 굉장히 살찐 것처럼 보인다.
 
엄마가 바쁜 일로 딸 미카와 놀아줄 것을 부탁하며 심부름센터에 맡기고..
몹시 더운 여름날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름날 달 아래 모여서 춤을 추는 토끼들이 달이 흐릿해 곤란하다며 닦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어쩐지 봄이 늦은 어느 날, 용 한마리가 와서 소중한 것을 일주일간 부탁하고 가고..
호호백발의 미즈키 할머니가 낡은 집을 칠해달라고 하는 등..심부름 센터에는 일감이 끊이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 그렇지 않은 괴짜들.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반겨주는 요스케네 심부름 센터.
열심히 일을 하고, 할아버지의 아카네 자동차까지 모두 수리를 하여 요스케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래도 심부름 센터는 다시 문을 열 것이다.
우리의 작고 소소하지만, 중요한 부탁들을 들어주기 위해..
오늘도 심부름 센터 문 앞에는 딸랑딸랑 기분 좋은 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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