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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싸는 집 - 세계의 화장실 이야기
안나 마리아 뫼링 글, 김준형 옮김, 헬무트 칼레트 그림 / 해솔 / 2010년 3월
평점 :

세계의 저명한 과학자 등이 모여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뭘까를 두고 투표를 한적이 있다고 한다.
그게 뭐겠느냐고 신랑이 내게 몇번은 물어보았는데, 예상외의 대답이어서 한참만에 다시 물으면 또 잊어버리곤 하였다. 정답은 바로 수세식 화장실이었다.
세탁기, 냉장고, 컴퓨터, 자동차..아니면 비행기 그 많은 발명품들을 두고 보잘것 없어보이는 화장실? 했더니만..사실 수세식 화장실이 있어서 인류에게 가장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고, 그리고 아파트가 지어질 수 있었던게 아니냐고 되묻는다. 사실 그건 그렇다.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수세식 화장실이 없다면 아파트도 없는 것이다.
어쩐지 교양인들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쑥스럽고, 어색하여 쉬쉬하며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화장실. 아이들에게는 깔깔대며 방귀, 똥 이야기만 해도 웃어대게 하는 원초적인 문제 화장실. 실상 그 화장실의 도움 없이는 많은 일들이 진행되기에 차질이 참 많았을 것이다.
이 책 똥싸는 집에서도 세계 여러곳의 화장실과 역사 속 화장실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나타나 있다.
밧줄을 타고 바위를 오르다가 똥이 마려우면? (사실 똥이라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서평에 써보기도 처음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제목이 똥싸는집인데..이 글에는 앞으로 똥 이야기가 몇번 더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내려가 화장실에 못갈 그런 상황에 볼일을 어떻게 해결할까?
궁전 뜰에 오렌지 나무가 많은 이유는? 온실을 오랑제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갑자기 화장실 이야기하다가 웬 멋진 오랑제리? 하시는 분들은 책을 한번 열어보시라~! 아하! 코너에 그 답이 있다.)
멋쟁이 아가씨들의 자존심 하이힐은 왜 만들어졌을까? 등등..우리가 궁금한 많은 내용들이 나와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귀족들이 시내에 모여 회의를 할때는 만장일치 할때까지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회의실 내에서 똥 오줌을 그냥 쌌다고 한다. 헉! 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멋진(?) 역사의 뒷 편에는 ...정말 그 뒷 모습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똥 싸는집을 진지하게 즐겨볼 필요가 있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보니, 어른들하시는 말씀 중에 "잘 먹고, 잘자고, 잘싸는게 제일 중요한거란다."라는 말씀이 있었다. 어른들은 대부분 잘되는 그 단순한 일인 잘먹고 잘자고 잘 싸는 일이 아기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몇번씩 곤혹을 치른 나는 그 중요함을 누구보다도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자꾸 간과하는 것이 잘 먹고 잘 자는 이야기는 누누히 하면서 잘 싸는 이야기는 사실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이야기도 못하고 혹시나 입을 열어도 우스개감이 되곤 하는게 현실이다.
그 잘 싸는 곳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나오질 않고 역시나 안나 마리아 뫼링이라는 용감한(?) 독일인이 풀어주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긴 하지만, 어른이 봐도 즐거울..
특히나 화장실에서 급한 볼일이 있을때 봐도 좋고, 책상 앞에서 진지한 얼굴로 독서하며 킬킬 웃어도 좋을 그런 재미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