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왕성한 호기심과 독창적 통찰을 바탕으로 손대는 주제마다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발표하는 책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지식혁명가이자 논픽션 분야의 독보적 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15년동안 집필한 수백건의 아티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골라뽑은 19개의 지식 앤솔로지 모음집이다.                                      -표지
 

수학자인 아버지를 두었던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 서재에 놓은 종이위에 숫자와 도형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아버지가 낙서처럼 보이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다. 그때 겪은 일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타인의 마음"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두살배기가 못되게 구는 이유가 자신에게 즐거운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놀랍고도 새로운 사실을 시험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근본적인 충동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 책을 엮은 계기가 바로 거기에 있다. 5,6p

 

이 책의 제목인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는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이 아무리 흥분하고 난폭한 개라도 쉽게 안정시키는 것을 보고, 밀란이 마술을 부릴때 개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궁금해서 붙인 제목이었다. 또한 시저 밀란의 이야기도 그의 아티클 속에 담겨 있다.

 

누구보다도 맛깔나게 주제를 풀어내는 말콤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그 비결은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또 사회적 권력과 흥미로운 지식의 양이 비례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는데 있다. 9p

실제로 그의 재미난 이야기 중에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마이너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 실제로 세상은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가 다룬 염색제 이야기나 케첩 이야기 등은 우리를 소설이 아닌 칼럼 속으로 쉽게 끌어당기는 재주를 지녔다.

 

그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얻어내고, 그 이야기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인터뷰를 한 후에 정말 핵심을 잘 짚어내어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재주를 지녔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바로 말콤 같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이 개들을 안정시키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바로 상근이의 주인인 이웅종 소장이 떠올랐다. 사실 동물농장의 많은 말썽쟁이 강아지들을 보면서 처음 보는 이웅종 소장이 그들을 쉽게 제압하는 것이 정말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에 시저 밀란의 똑같은 모습이 쉽게 연상이 되었다. 애완동물들의 폭력성, 공격성 등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은 정말 대단한 해결사로 보이지 않을까?  말콤은 시저가 개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위엄이라고 설명한다.

동작분석가인 브래들리 등이 시저와 개의 영상을 보고 분석하며 평가하기를 자세와 동작의 조화를 프레이징, 흐름이라고 하는데 시저의 동작은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개들은 바로 시저의 동작을 읽고 그 위엄을 읽어낸 것이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위엄이 아닌 진정한 위엄을 보이는 것이다. 끌어당기거나 부탁할 필요가 없는..

 

각각의 글들이 단편적으로 독립되어 있어서 원하는 글을 짤막하게 읽어보기에도 좋았다. 소설이나 수필 등의 글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말콤의 글은 편하게 다가왔고, 또한 재미도 있었다.

 

찹-오-매틱 등의 채소 절단기 등의 역대 최고의 주방 기구 이야기는 사실 한국 현실에서는 잘 맞지 않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소재면에서 나의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양한 주제 속에서 자신의 흥미와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더 와닿는 것은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개 심리학자 이야기도 재미가 있었고, 케첩 이야기와 염색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케첩 이야기를 읽으며 전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하인즈 케첩과 10가지 이상이나 분화된 머스터드의 비교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유독 기를 못 펴는 하인즈의 명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뚜기 케첩에 밀려서 하인즈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책 속에서 비교하기에는 말콤이 이야기하는 5가지 맛을 모두 낼 수 있는 유일한, 거의 완벽한 맛을 자랑하는 하인즈 케첩. 맛에 대한 분석과 표현에도 놀라웠고, 케첩 한 가지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말콤만의 생각의 바다가 이뤄낸 장관이 아닐까 싶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의 비행기 추락사고를 연구하면서 1993년 윔블던 여자 결승에서의 노보트나의 어이없는 실수와 연계를 지어 생각해본 것도 그만의 고찰이 이뤄낸 결과이다. 당황과 위축의 이야기를 들어 그는 존 F케네디 주니어가 "당황"하여 자신이 배운 계기 비행법을 잊고 사고를 잃으키게 된 것을 직접 비행 실험을 통해 증명 해내기도 하였다. 노보트나의 예는 위축의 실패이고, 존의 경우는 당황의 실패이다. 당황이 일반적인 실패의 양상이라면 위축은 역설적인 실패의 양상이다. 위축은 스포츠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요소기에 압박을 이겨내야 진정한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부진한 결과가 능력부족이 아니라 압박감때문일 수 있으며, 나쁜 학생은 커녕 오히려 좋은 학생이기때문에 부진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이외에도 피임약과 19세기와 20세기의 여성의 생리 횟수 차이에 대한 고찰도 신선한 주제였고, 천재와 대비되는 대기만성형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가 있었다. 피카소와 같은 천재는 이해하기 힘든, 대기만성형 작가들은 노력하고 인내하고 세월을 견뎌내며 결국 자신의 작품을 이뤄내었다. 세잔이나 벤 파운튼의 예가 그러하였다. 많은 더욱 신선하고 재미있는 그만의 화제와 풀이들이 있었지만,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는 의미에서 이쯤에서 접을까 한다.

 

말콤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 그 지식의 향유를 기쁘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재주를 지녔다. 이 시간, 책 한권이 그립다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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