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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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이 13년만에 돌아왔다. 8년의 동행이라는 감동 실화를 들고서..

미치 앨봄은 어렸을 적부터 다녔던 회당의 랍비인 앨버트 루이스로부터 놀라운 제안을 받았다. 하나님의 아들이나 다름없는 머나먼 그분이 저자에게 추도사를 써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유대교 학교를 나오고, 열심히 공부는 하였으되, 대학을 마치면서 종교에서 등을 돌려버렸던 미치 앨봄은 추도사를 쓰기 위해 먼저 랍비님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주기적인 만남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앨버트 루이스, 미치 앨봄 그리고 또 한명의 목사 헨리 코빙턴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경건한 사람에 대해 떠올려보라고..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그 두사람이라고..

 

미치 앨봄은 질문한다. 신앙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인도하려고 애쓰는 일이 지겹지 않으세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왜 저를 택하셨어요?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랩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얼굴에 침을 뱉으면 '비가 내리나 보군'하고 말하는 것. 그리고 내일 또다시 찾아가는것."

"자네, 다시 올거지? 내일은 아니더라도 말이야."

나는 생애 처음으로 렙에게서 도망치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그를 꼭 껴안은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크고 거대한 '하나님의 아들'이 그 짧은 포옹의 순간만큼은 인간의 크기로 오그라든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바로 그때 추도사 부탁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것 같다.                                                                                        73~74p

 

왜 저자였을까? 그가 유명한 저술가여서 였을까? 라는 하찮은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부끄럽게 하는 대목이었다. 렙(미치 앨봄은 그를 렙이라 불렀다)은 서서히 그를 설득해가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강압적인 설득이 아닌 성인과의 대화와 만남으로.. 종교에서 멀었던 그를 다시 믿음으로 이끌수 있었던 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미치 앨봄이 이야기하고 있는 또 한사람의 목사.

놀랍게도 헨리 코빙턴은 어려서 기독교에 입문하였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마약상으로 활동하면서 전과자가 되기도 하고, 하나님을 저버리는 행동만 일삼아 왔다. 몇번이나 그분이 기회를 주셨음에도 말이다. 결국 스스로가 마약중독자가 되어 더욱 타락하게 되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부하 마약상들에게서 마약과 돈을 훔쳐와서 마약을 흥청망청 쓴 후 깨닫는다. 자신의 집을 잘 아는 부하들이 자기를 죽이러 올수도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말이다. 그는 아내와 어린 딸이 울부짖는 집밖에 숨어 산탄총을 옆에 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제발..오늘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을 하나님을 위해 살겠노라고 말이다. 죽음의 두려움을 견디어 내고 나서야..헨리 허빙턴은 그 이후로 노숙자들을 위한 교회에서 봉사하며 무임으로 일하는 목사가 되었다.

 

너무나 설교를 잘하고, 많은이의 존경을 받는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이라 믿었던 앨버트 루이스도 처음에는 신학대학에서 입학 불허를 받았던 사람이었다. 여름 하계 학교에서 어느 문제아 소년을 잘 이끌었다가 소년의 아버지인 저명한 유대교 학자이자 인사인 사람이 그를 신학교에 추천하여 앨버트는 원하던 랍비의 길을 걷게 되었고 말이다. 앨버트 같은 사람은 반드시 천사를 직접 만나거나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을거라 생각한 미치 앨봄은 크게 놀랐다. 앨버트는 웃으며 나는 그저 회당에 가는 버스를 탔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계절로 나누어 랍비인 앨버트와 헨리 목사와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미치 앨봄의 이야기는 서서히 앨버트의 죽음으로 이어져 가는 과정을 전해주면서도 그만의 화법으로 진정한 이 시대의 성인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우리를 감화시킨다. 기독교와 유대교라는 다른 종교를 가졌음에도 하나님을 섬긴다는 믿음으로 존경받아야 마땅한 그들의 이야기를 하며, 미치 앨봄도 그들의 믿음에 그의 인생이 새롭게 열리고 있음을 깨달은 듯 하다.

 

앨버트가 어려서 부유한 친척 집에서 가난으로 인한 수모를 겪었을때 아버지는 대답했다.

"하나님과 그 분이 내리시는 결정은 언제나 옳단다.

하나님은 그 누구라도 아무 이유 없이 벌하시지 않는단다.

하나님은 당신이 하시는 일을 잘 알고 계신단다."

앨버트는 그 이후로는아버지한테 그런 질문을 다시는 던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절대 물질적인 소유물을 근거로 삶을 판단하지 않았다.                                159p

 

한 사내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잔다는 추천서를 들고 농장에 취직을 하였다. 어느날 밤 갑자기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쳤을때 사내는 깊이 잠들어있었고, 주인이 급히 외양간과 밀밭, 곡물창고로 달려가자,  모두들 안전하게 채비되어 있는 것에 놀랐다.

우리가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항상 신경 쓰면서 살아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과 애정을 쏟고 우리의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하면, 미처 행하지 못한 일때문에 괴로워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온전하고 후회없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132~133p 1975년 렙의 설교 중에서

 

네살밖에 안된 자신의 딸을 잃었을때의 일에 대해 렙과 대화를 나눴을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을 지독하게 원망했다네. 그분께 묻고 또 물었지. 왜 하필 리나입니까? 이 어린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입니까?

하나님을 원망하고 욕하신 것때문에 죄책감이 드세요? 다른 사람도 아닌 랍비님이.

"아니 그렇지 않네. 그분을 원망하는 와중에도 나보다 훨씬 커다란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마음이 치유되기 시작했어"   250p

 


 

세상 어느 곳에라도 어떤 나라나 어떤 종교를 믿는 곳이라도,

인생의 의미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답을 발견하며 기뻐하는

스승과 제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그런 웃음소리가 울려퍼지지 않을까

하나님은 노래하시고, 우리도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하나의 노래다.

 

지금, 내 가슴은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에필로그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미치 앨봄을 만나기 전에 먼저 렙을 만나고, 또 헨리 코빙턴을 만나게 되었다.

랍비라면 그저 탈무드에 나오는 사람 정도로만 막연히 알고 있던 내게, 미치 앨봄이 평생 유일하게 알고 하나님의 아들로 여기던 렙은 내게도 처음 만나는 랍비였다. 그리고, 그의 온화한 이야기는 종교를 넘어 믿음과 감동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주는 듯 하였다.

 

삶의 극한에 이르러 비로소 인생의 후반을 새롭게 살아가게 깨달음을 얻은 헨리의 이야기도 역시 미치 앨봄을 변화시킨 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종교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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