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이단과 마지막 폭풍 기사 아이단 시리즈 3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10년 1월
절판


판타지 소설을 읽어본 적은 많지 않지만,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터라, 그 웅장한 스케일과 압도적인 전쟁씬,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스토리 등이 준 흥분은 영화가 끝난지 한참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던 터였다. 그래서 그런 대작이 또 나오지 않나 기대하던 터에 기사 아이단 시리즈의 만남은 가뭄의 단비같은 촉촉함을 안겨 주었다.

한참 재미있을 무렵에 갑자기 결말을 맺은 2부 기사 아이단과 웜로드의 전설을 읽고, 3부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했다. 게다가 3부는 기사 아이단 시리즈 중 최종판이었기 때문에 소설의 마지막 결말까지도 담겨 있어서 그 기다림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기사 아이단과 마지막 폭풍에서는 아이단의 현실 세계의 절친한 친구 로비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친했던 로비가 아이단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갑자기 연락을 받기를 꺼려하게 되었고, 로비의 글림스가 렐름 (현실 세계의 거울상에 해당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적장 파라고어의 수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아이단의 새로운 여자 친구 앤트워넷이 로비의 글림스를 구하기 위해 렐름에 가게 되었던 것이 2부의 내용이었다. 그랬다가 로비의 글림스 컨에게 잡힌 앤트워넷은 로비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단이 로비를 직접 만나기 위해 예전 살던 곳으로 가보니, 로비의 친아버지가 돌아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적장 파라고어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루시펠의 인간쌍둥이였던 것이었다. 루시펠이 로비와 아이단 사이를 이간질하고, 로비를 파라고어의 온전한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에 아이단의 전화만으로는 로비의 마음을 돌리기가 어려웠다.

현실에서의 아이단의 노력, 그리고 렐름에서의 앤트워넷의 노력으로 로비 역시 위대한 엘리엄 왕을 "믿기"로 하였다. 그래서 로비가 렐름에 들어오게 되면서 앨리블 왕국에 12번째 새로운 기사가 로비가 되는 것이었다. 로비보다 간발의 차이로 먼저 렐름에 간 아이단이 앤트워넷을 구하러 가고, 앨리블왕국의 칼리엄과 다른 기사들이 로비와 함께 파라고어에 맞서서 싸우게 되었다. 엘리엄 왕의 예언서의 결말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에 렐름과 파라고어, 그리고 앨리블 왕국의 미래가 좌우되는 것이었다. 앨리블을 구할 세 명의 전설적인 기사, <폭풍의 아이, 용의 친구, 잃어버린 것을 찾는 자> 이 세명의 기사와 일곱개의 검에 대한 예언서의 내용이 어떻게 실현이 되고, 앤트워넷, 로비, 아이단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소설에서 만나면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그런 결말은 아니었다.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 항상 그랬듯이 판타지의 세계로 떠난 주인공들이 현실로 돌아오는 그런 결말이 되지 않을까, 환상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일뿐, 현실세계에 있던 질서는 바로 잡히기 위해서라도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내 생각은 틀리고 말았다.

그리고, 사랑의 힘과 믿음의 힘으로 잔인하고 무서운 악의 세력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들의 세계를 다시 평화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래서, 기독교적 사상이 밑바탕이 된 환타지라고들 했나 보다. 처음엔 그저 종교를 빼고 재미로만 읽었었는데, 다 읽고 나서 되새겨 생각해보니 그렇게 들어맞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이 책의 결말이 새로운 결말이라며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내가 현실세상을 가장 중시하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나보다. 더 나은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그 세계를 위해 믿음을 갖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독교라는 관점을 빼고 그냥 책을 읽다보니 이해가 되지 않고 충격으로 받아들였었나보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더해 결말과 내용을 생각해보니 들어맞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을 해도, 아니 처음처럼 기독교를 빼고 해석을 해도 여전히 이 책은 내게 재미있는 책이 되었다. 그리고 순서는 바뀌었지만 나는 다시 1권부터 읽어나갈 생각이다. 2권과 3권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벌써 끝났다는 그 아쉬움을, 아직 읽지 못한 과거로 돌아가 1권을 읽으며 채워나가고 싶다. 우리와 쌍둥이인 새로운 종족이 살아가는 세상 렐름으로의 환상 여행으로 다른 친구들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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