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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 불멸을 거절한 사람
호메로스 지음, ALTARI LAB 기획 / 다산글방 / 2026년 8월
평점 :


영화 오디세이를 보기 전에 어릴적에 봤던 그리스로마 신화 등의 영향으로 이미 오디세이의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부모님의 경우 (아버지께는 듣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경우) 오디세이 스토리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니, 시간 순차적이지 않은 영화 진행과 배역 설명 없이 흘러가는 듯한 내용들에 전체적인 줄거리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하셨다.
그래도 무척 재미있게 보시긴 했지만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게 된 배경지식을 접하고나서야 아 그때 그게 이런 내용이었구나 그때 이해하셨다고 하셨다.
이왕이면 미리 책을 접하시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내 생각만 하고 부모님 생각을 못했구나 싶어 죄송했고 이후에 오디세이에 대한 목마름으로 오디세이 관련해서 나오는 책들을 여러권 읽어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대강의 큰 줄거리는 비슷하나 책마다 특징이 달라서 색다른 재미로 읽기 좋았다.
이번 다산글방에서 나온 오디세이는 불멸을 거절한 사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오디세이의 귀환의 여정 중에서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칼립소와의 시간과 그가 제시한 불멸을 거절한 인간에 대해 더욱 조명하게 되는 책이구나 싶었다.
무엇보다도 진시황만 해도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불로불사약을 구하게끔 세계로 보내고 다그치지 않았던가
위풍당당한 왕조차도 백년을 넘기기 힘든 인간의 수명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가 될지언대, 오디세이는 놀랍게도 여신의 사랑을 받고, 불멸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제안까지도 받게 된다.
외눈박이 거인으로부터의 위협, 여신 키르케에 의해 짐승으로 바뀐 부하들, 죽은 자와의 만남, 인간을 잊게 만드는 열매, 떠다니는 섬에서의 환대, 태양신의 소를 먹은 부하들 등등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흥미진진한 모험 속 이야기가 가득해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20년의 시간 속에 그 많은 모험과 고난이 가득한 순간으로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게 바로 칼립소 여신의 섬에 갇혀 있던 7년이라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그 시간이 그리 길게 나오지 않아 그 시간이 돌아오지 못한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는게 사실 잊혀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칼립소 여신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괴롭히거나 한 것도 아니고 놀랍게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불사를 제안하고 (나중에는 그의 아이를 낳았다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이 책에 말고 다른 외전 같은데에 전해지는 이야기다.) 그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이 같이 살고 싶어했지만 그는 늘 고향 이타카의 남겨 두고 온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그리워하고 슬퍼하였다.
머무르는 조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지만 떠날 자유는 없는 그 곳에서 그는 날마다 바다로 나가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울었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모험담으로 읽히기 보다 오디세이에 담긴 모든 사건의 밑바닥에 흐르는 질문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미 가진 것을 버리고 돌아가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좋은 조건과 자기 자신의 삶은 같은 것인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오디세우스와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끝까지 그 고난을 겪어내며 고향으로 돌아오기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싶었다.
특히 다른 어디도 아닌 칼립소의 안온한 삶 앞에서 아내보다도 아름다운 여신과의 불멸의 삶을 버리고 아내와 아들을 위해 돌아오고자 하는 지고지순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20년동안 남편 하나만을 기다리는 페넬로페의 사랑, 그 둘의 사랑이 정말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날에도 본받아야할 일이 아닌가 싶었다.
왕좌를 노리기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남편 대신 페넬로페와 결혼하려하는 구혼자들의 괴롭힘 속에서도 끝까지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의 모습
아들이 다 자라서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게 되지 않는 상황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긴 했지만 어쨌거나 아버지는 그 수많은 시간을 견디고 버텨서 결국 돌아왔고 페넬로페도 결국 그 시간을 견디고 견뎌서 사랑하는 오디세우스를 만나게 되었다.
기다리던 사람과 돌아오고자 한 사람
이 책에서는 그가 불멸을 거절하고 귀향을 선택한 까닭이 초월이 아니라, 아무리 완벽한 대안이라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결국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리라고 하였다.
영화 속에서도 그의 오만이라 여져겼던, 퀴클롭스 괴물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소개했다가 나중에 오디세우스라고 알려줘서 결국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게 되는 장면은 부하들 뿐 아니라 나까지도 경악하게 만드는 자리였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익명으로 거둔 승리는 온전한 승리가 아니었다. 아무리 훌륭한 책략이라도 그것을 해낸 이름이 함께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에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명예욕이 남긴 허세 같은 것이었고 결국 그로 인해 그의 귀환은 그만큼 더 늦춰질 수 밖에 없었지만 오디세우스의 이름이 밝혀진 순간 그는 자신을 세상에 다시 새겨넣은 것이 된 것이라 하였다.
이름이 주는 그 무게감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재미있는 영화 속 줄거리와 함께 이 책은 영화를 다시 또 곱씹고 되돌아보고 한편 한편 다시금 이해하게 해주는 큰 힘이 되는 글이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들까지도 다시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게 하는 책.
영화를 보며 철학과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딱 걸맞을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