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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월든 - 길가에서 발견한 자연의 생존 전략
정주혜 지음, 김나연 그림 / 이케이북 / 2026년 7월
평점 :


월든이라고 하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생각났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숲과 호수를 통해 자연의 언어를 읽어냈다면 이 책은 길가의 작은 풀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그래서 <풀의 월든>은 거대한 숲이 아닌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또하나의 월든이다.
어려서부터 책이나 tv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식물의 이름들은 주로 따로 키워지고 재배되는 꽃밭의 꽃이나 나무 등이 대부분이었다.
길가에 흔히 볼 수 있는 잡초나 야생화 중에서 토끼풀 등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쇠비름, 닭의 장풀 등의 이름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잡초들에 관심이 잠깐 가다가도 그래서, 뭐였지? 하고 궁금증을 더 이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사로 넘길 수 있는 이런 야생화나 들꽃들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이 책의 저자 분처럼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아이가 길가의 꽃, 풀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이름을 물어보고 했을때 거기에 답을 해줘야했던 때였던 것 같다.
저자 분은 거기에 더 나아가 사랑하는 두 딸들이 선생님이 알려줬다며 괭이밥 잎과 제비꽃 씨앗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폭발했다고 한다.
괭이밥 잎과 제비꽃 씨앗을 먹을 수 있다니, 나도 이 책을 보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주 어릴 적 (초등 1학년 때로 기억한다.) 소풍때 친구가 알려줘서 무슨 잡초 풀인가의 줄기 속 하얀 부분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그 풀이 뭔지 모르겠다.) 정말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의 따님들도 얼마나 즐거웠을까?
제비꽃 씨앗의 맛이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설명도 새로웠고, 괭이밥의 새콤한 맛이라는 평가도 신선했다. 애초에 먹을 수 있다라는 것 자체도 몰랐으니 그럴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언어 통역사였던 저자 분이 딸들과의 산책 이후로 숲에 대한 관심을 갖고 숲 해설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면서 20여년동안 길가와 들판, 강변에서 만난 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연 관찰 에세이라고 한다.
모습은 알지만 이름도 몰랐던 풀부터, 이름까진 알고 있었지만 그 속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던 토끼풀 등의 이야기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본 재미난 속사정들을 두루두루 접할 수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최근에 산책길에 만난 강아지풀이 유난히 엄청 큰게 있어서 이렇게 큰 게 있었나? 서양에서 들어온 대왕 강아지풀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보니 수크령이라는 식물 같았다. 강아지풀과 비슷하지만 수크령은 까락까지 떨어지고, 강아지풀은 빈 까락이 남아 있는 등 차이가 존재한다 하였다. 번식 전략이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수크령은 동물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 방향으로 몸을 수그려서 그들의 털에 씨앗을 뭍혀 퍼져나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풀 공부, 월든의 과학 등의 부연 설명을 통해 안토시아닌, 공생, 광합성 등의 생태학적 개념도 만나볼 수 있게 된 점도 읽는데 유용했다.
민들레 꽃이 3일에 걸쳐 개화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이미 잘 알고 있는 꽃들이라 생각했는데 모르는 부분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것도 다 이유가 있단다.
곤충에게 감질나는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한번에 한 바구니의 꽃을 다 피우는게 아니라, 한 번에 한 두개씩 먹게 함으로써 곤충에게 꽃가루와 꿀을 나누어 제공하며 매일 불러모으는 영리한 전략을 세워놓았다는 것이었다. 시간차 성숙 전략이 민들레 뿐 아니라 도깨비바늘, 토끼풀 등의 꽃에서도 볼 수 있는 전략이라 하였다.
밭에서 뽑아내 버리는 잡초로 알고 있었던 쇠비름이 전세계적으로 귀하게 대접받는 식재료이자 약재로 식물계에서 보기 드문 오게마 3 지방산이 풍부한 식물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는 사실이 언급되어 있었는데, 쇠비름을 먹을 수 있다라는 것도 처음 알았기에 신기하기만 했다. 어떻게 먹으면 되는 걸까? 하고 찾아보니 이미 네이버 쇼핑몰에서 판매중인걸 보니 나만 몰랐던 사실이었구나 싶었다.
텃밭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도 쇠비름 약효는 모르시고 계실 것 같아서 요건 따로 알려드려야겠구나 싶었다.
산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풀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풀의 월든이었다. 아이 어릴 때는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궁금했는데 이제는 나도 길가의 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이렇게 알아가는 시간이 무척 즐겁게 느껴진다. 비슷한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의 에세이처럼 풀어서 씌여진 이야기와 몰랐던 부분들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구성이 더 재미있게 느껴져서, 특별히 식물에 대해 잘 몰랐던 일반인들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만한 책이라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