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그리니까 그곳이 보인다 - 스케치북이 이끈 길 위의 감정 연대기
손혜진 지음 / 아트앤플레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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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림그리기를 참 좋아했던 때가 있는데 자라면서는 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는 조카가 그때의 나처럼 그림그리기를 참 좋아하고, 조카는 나와 다르게 그림을 여전히 사랑하고 꾸준히 그리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용도로 그 실력을 멋지게 뽐내는 것을 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러운 감정이 들기도 하였다.

현실을 생각하느라 선택했던 전공. 대학에 와서도 나는 꿈이 화가야,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지금 더 그리지 못한다면 나중에 화랑이라도 꼭 운영하고 싶다고 말한 친구였다. 우리 전공으로는 돈을 벌어서, 결국 꿈인 미술로 잇고 싶다 말한 동기였다.

일찌감치 접어버린 꿈이었지만, 멋진 그림을 보면 여전히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걷고 그리니까 그 곳이 보인다는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이었다.

표지부터 묘하게 사람을 잡아당기는 그 끌림이 있었기에.

어반 스케치라는 이름을 접하고 작가 분이 홍대 미대에서 공부한 분이시기에 전공이니까 그런 경험도 있으신 거구나 싶었는데

작가분 또한 어반스케치를 뒤늦게 알고 삶의 힘들었던 틈바구니에서 내가 좋아하는 두가지 산책과 드로잉을 함께 할수 있다는 것에 반해 어반스케치 강좌를 등록하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후반생의 절친을 반드시 사람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왜 이리 와닿던지

나 역시 사람도 좋아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 싶었던 사람에게 심하게 데이기도 하고, 나이 들면서 굳이 그렇게 억지로 끊어진 연을 이어 붙일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 시간이 참 허무하고 아깝다란 생각마저 들었다.

여전히 좋은 사람은 좋지만, 믿었던 만큼 실망이 큰 사람도 있었기에 내가 기댔던 그 시간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는데 인생에 반드시 사람만을 기댈게 아니라 뭔가 내 자신을 위로한 다른게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산책, 거기에 그림이라니

작가분같이 잘 그릴 용기도 없거니와 자신감은 더욱 부족해서 힘들겠지만 이렇게 예쁜 그림은 조금씩 그려보고픈 생각도 들었고, 그림으로 내 비워진 마음을 채워보기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봐도 좋겠다 싶어졌다.

작가분도 들으셨다는 퀵드로잉 수업을 들으면서 나만의 취미생활을 가져보면 좋겠다 싶어졌다.

작가분의 혼어반, 혼자 도심에 나가서 스케치하고 그림그리기의 첫 경험과 두번째 실패 경험담 등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이 누군가에게는 식상하고 평범한 공간일 수 있겠지만 스케치북에서는 이렇게나 예쁜 그림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생한 곳이다보니 택배차량이나 차가 지나갈 수도 있고 그림 그릴 공간이 나오기 어려운 곳일 수 있겠구나 하는것도 알 수 있었다.

바쁘게 사는 동안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곳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켜보면서 그 곳의 매력을 알게 되고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따뜻함을 알게 되고, 어반스케치를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을 새로움을 작가분은 깨닫게 되었고 독자인 나는 그 분의 재미난 글과 멋진 그림을 사진과 비교해보면서, 아, 이런 곳이 이렇게 예쁘게 담길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시각을 또 배우게 되었다.

"천천히 그리다 가요. 마음 편히."

그제야 알았다. 내가 낯선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바쁜 도로 옆 길바닥에서조차 마음 편히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것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봐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고난 성향이 내성적이고 소심하여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어려울지라도, 결국 '나를 바라봐 주는 시선'이 없는 공간은 불안과 외로움이 출렁리는 곳이라는 것을. 129p

직장에 다니느라 바쁠 때는 바빠서 시간이 없었고,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게 참 많구나 싶었는데 막상 시간적 여유가 생긴 지금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하는 것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야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배우는 것도 온라인이나 책을 통해 배우고 싶고, 더는 인연을 늘리지 않은 채 그저 나를 둘러싼 작은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려 하였는데 스스로 내성적이다 표현한 작가분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나도 한발자국 나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분처럼 혼어반을 자신있게 해낼 수는 없겠지만 이런 그림을 집에서라도 그리고 싶다, 풍경을 보고 그려보고 싶다, 그림이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도 내 자신을 소모하며 빠져들 수 있는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이 순간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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