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내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한창욱 지음 / 정민미디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나니 세상의 소음이 조금씩 멀어진다. 젊은 날엔 무엇이 그리 조급했는지, 남들과 비교하며 앞만 보고 달리기 바빴다. 자식들 키우고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며 비로소 내 시간이라는 것을 쥐게 되었을 때, 문득 '남은 생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라는 깊은 질문이 밀려왔다. 책장에서 집어 든 한창욱의 <한 번뿐인 내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는 바로 그 질문 끝에서 만난 조용한 안내서였다.

 

저자는 생명, 시간, 가치, 목표, 그리고 관계라는 굵직한 키워드를 통해 삶의 본질을 되짚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청춘들이나 중년들에게 이 책은 성장의 지침서가 되겠지만, 일흔의 고개를 넘어선 내게는 지나온 시간을 복기하고 남은 날들을 정리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특히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저자의 통찰은,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살아갈 날의 무게를 아는 이에게 큰 공감을 준다.

 

책이 던지는 질문 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강하게 흔든 것은 시간오롯한 나로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젊음은 늘 시간을 소모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노년에 이르러 깨달은 시간의 가치는 단순히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 존재를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빚어내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저자의 권유는,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난 노년의 삶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관계의 연금술을 다룬 대목에서는 지나온 인연들이 스쳐 지나갔다. 젊은 날에는 넓은 인맥과 타인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면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몇몇과의 깊은 신뢰, 그리고 가족과의 정갈한 일상이 훨씬 더 소중해진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안의 가치에 집중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진심 어린 공감을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인생 목표와 배움, 긍정과 실행, 시간과 습관, 관계와 신뢰 등을 아우르는 39가지 화두가 한 번뿐인 내 인생에 더 나은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끊임없이 말한다. 남의 인생을 따라가지 말라고, 남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지 말라고, 오롯이 내 뜻대로 나답게 살아가라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무심히 흘려보냈던 오늘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눈부시게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지도라면, 70대의 나에게는 걸어온 길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남은 여정을 정돈하게 하는 등대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호흡으로 하루하루를 가꾸어 나가는 것.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내 남은 인생의 답을 그렇게 적어 내렸다. 한 번뿐인 인생, 남은 날들도 여전히 나답게, 더없이 깊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 - 중동으로의 첫 발걸음
박현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며 중동이라는 단어는 늘 낯설고도 자극적인 뉴스 프레임 속에 존재했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과 중동 건설 열풍, 그리고 이어지는 걸프 전쟁과 테러, 분쟁의 소식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지금까지도 텔레비전 화면 속 중동은 늘 붉은 화염과 고통스러운 비명, 그리고 복잡한 종교적 갈등의 땅으로만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니 세상일이라는 게 단편적인 보도 몇 줄로 다 담길 수 없음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박현도, 이수정, 양정아 세 저자가 엮어낸 <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를 펼쳐 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평생 들었던 겉핥기식 지식을 넘어, 그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숨소리와 숨겨진 역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 책은 중동을 하나의 거대한 틀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역사, 종교, 문화, 정치를 아우르는 40가지의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 마치 오래된 보물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들은 중동에 대한 대중의 대표적인 오해와 편견을 친절하고도 날카롭게 짚어낸다. 흔히 이슬람교와 중동을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종파와 민족, 신앙의 결이 존재한다. 또한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라는 단면 뒤에 숨은 역사적·사회적 맥락, 그리고 석유라는 자원이 가져다준 풍요와 비극의 양날의 검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특히 저자들의 균형 잡힌 시선이 인상 깊다. 학자적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여, 전문 지식이 부족한 노년의 독자도 무리 없이 책장에 빠져들 수 있었다. 40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에 한두 장씩 차 한 잔을 곁들여 읽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역사는 단 하나의 선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중동의 오늘을 만든 것은 수천 년의 숨결과 현대 국제정치의 복잡한 셈법이 얽힌 결과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울린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언어와 종교, 피부색은 달라도 자식을 키우고, 평화를 갈망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네 삶과 다를 바 없었다. 거친 사막과 가혹한 역사적 풍파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그들의 삶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갈등의 시작은 늘 상대에 대한 무지단정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살아온 세상과 다르다고 해서 쉽게 틀렸다고 말하거나 배척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더해주는 교양서를 넘어,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미덕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안목으로 세상을 수용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는 세계를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넓혀주고, 묵은 편견의 껍질을 깨뜨려준 참 고마운 책이다.

 

중동의 복잡한 정세를 한 권의 책으로 완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뉴스에서 중동 소식이 나올 때 그 속에 숨겨진 맥락과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며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기꺼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박동자의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비단 저자 개인의 의문이 아니라, 칠십 고개를 넘어선 나 자신과 내 또래 모두가 밤잠을 설치며 속으로 삼키던 나지막한 탄식이기도 했다. 평생을 일구어 온 내 집, 내 온기가 묻어난 익숙한 공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고 싶다는 바람은 정녕 이 시대에는 이룰 수 없는 과욕인가. 책장을 넘기는 내내 지나온 삶의 궤적과 다가올 삶의 마무리가 겹쳐지며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존엄한 죽음의 실상을 차분하면서도 매섭게 파헤친다.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정든 집과 가족을 뒤로한 채 소독약 냄새 진동하는 병원 침상이나 요약원의 창백한 벽에 둘러싸이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연명 치료라는 이름 아래 차가운 기계 장치에 둘러싸여 임종을 맞이하는 광경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저자는 단순한 제도적 한계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지배(自宅) 임종이 현실에서는 이토록 힘든 과제가 되었는지 의료, 돌봄, 그리고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낸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부모님을 여의고 또래 동창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늘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적어도 내 삶의 끝자락만큼은 내가 주인이 되어 존엄하게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현실은 차디찼다. 돌봄의 부담이 가족, 특히 노노(老老) 돌봄 상태에 놓인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내 집에서 죽고 싶다는 집착은 자칫 남아있는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짐을 안기는 이기심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단순히 암울한 현실만을 자조하진 않는다. 저자는 일본이나 유럽 등 앞서 고령화를 겪은 사회들의 방문 진료와 재택 돌봄 시스템, 그리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모범 사례들을 조명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늙어가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으려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과 방문 의료,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짊어지는 따뜻한 돌봄의 공동체가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내 집에서의 죽음이 현실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달은 것은 존엄하게 죽는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은 삶과 단절된 어느 한 순간이 아니라, 삶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자 완성이다. 따라서 어디서 죽을 것인가의 문제는 곧 삶의 막바지까지 나의 주권을 가지고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는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노년을 맞이할 젊은 세대들에게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이자 필독서다. 차가운 제도에 밀려 낯선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용하지만 강렬한 경종을 울려준다. 나 역시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가꾸고, 내 삶의 마지막 장을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나갈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 뜻 깊은 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미 가진 사람으로 살아라 - 원하는 삶을 현실로 만드는 16강 수업
주느비에브 베런드 지음, 박수민 옮김 / 노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참 많은 것을 쥐려 애썼다. 자식을 잘 키워내기 위해, 번듯한 내 집 마련을 위해, 그리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날들이었다. 젊은 시절의 삶이란 늘 무언가 부족했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세월이 흘러 머리가 하얗게 세고 손에 남은 것들을 둘러보니, 삶의 참된 풍요는 더 많이 채우는 데 있지 않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주느비에브 베른드의 <이미 가진 사람으로 살아라>는 바로 이러한 인생의 이치를 다정하면서도 명확한 어조로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며, 우리는 이미 그것을 가진 사람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흔한 성공학 서적처럼 부자가 되는 법이나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로 치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의 인식과 의식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깊은 내면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책을 읽는 내내 지난 세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것만 이루어지면 행복할 텐데”, “조금만 더 가지면 안심이 될 텐데하며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행복을 유예했던 순간들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결핍에 집중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결핍된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언젠가 가지게 될 것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미 충만하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내 삶을 바꾸는 진짜 열쇠라는 뜻이다.

 

칠십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새로이 소유하거나 더 높이 올라가기에는 조금은 늦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이 책의 가치가 더욱 깊게 와 닿는다. 이제는 세상을 향해 뻗쳤던 욕망의 손길을 거두어들이고, 내 곁에 남아있는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때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따스한 햇살, 곁을 지켜주는 배우자와의 정겨운 대화,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내 몸, 그리고 지나온 세월 동안 쌓아온 삶의 지혜들.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내 안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평안함과 풍요로움이 밀려온다.

 

저자가 말하는 이미 가진 사람의 태도란 허세를 부리거나 현실을 도피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존엄성과 감사함을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로 정의할 때 세상도 우리를 그렇게 대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이미 충만한 존재로 인정할 때 삶은 자연스럽게 조화와 풍요로 채워진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터득한 인생의 진리와도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이 책은 단순히 마음을 다스리는 교양서를 넘어, 삶을 대하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지나온 삶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지혜를 건네준다.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 버둥거리는 삶을 내려놓고,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수많은 보석들을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해질녘에 서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무언가를 더 채우려 애쓰기보다, ‘이미 가진 사람으로서의 충만함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내 안의 풍요를 믿고, 매 순간을 감사와 평온함으로 채워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나에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이자, 남은 생을 살아갈 가장 아름다운 자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팀 폴러트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 나이에 물리학이라니' 하는 자조 섞인 혼잣말이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세상의 온갖 풍파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겪어냈지만,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언제나 딱딱한 공식과 차가운 법칙의 영역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팀 폴러트의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은 제목부터가 묘한 울림을 주었다. 차갑고 명확한 과학의 언어로 삶과 인간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깨달은 것은, 물리학이 거창한 우주의 비밀만을 파헤치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하루하루 숨을 쉬고, 타인과 마찰하며,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사라져가는 모든 일상의 순간을 관통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에 관한 대목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흐트러지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법칙. 예전 같았으면 그저 우주의 냉혹한 진리 정도로 넘겼을 테지만, 칠십의 눈으로 바라본 엔트로피는 다르게 다가왔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기력이 떨어지고, 기억은 희미해지며, 평생을 가꿔온 일상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것은 자연의 지극히 당연한 순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쇠퇴와 늙음은 삶의 실패나 비극이 아니라, 이 우주가 작용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라는 위로를 받았다.

 

또한 관성의 법칙과 마찰력을 삶의 인과관계와 인간관계에 비유해 풀어내는 저자의 시선은 놀라웠다. 삶에서 오랜 습관을 바꾸기 힘든 이유, 타인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마찰과 오해 역시 물리학적 관점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찰이 없으면 우리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수많은 갈등과 마찰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내가 삶을 지탱하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디딤돌이었음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게 된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관찰자 효과에 이르러서는 삶을 바라보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인간의 오만이다. 우리는 늘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며, 어떠한 시선과 태도로 대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상의 상태가 달라진다. 칠십 년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겸손함이 물리학이라는 단단한 지성 속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어렵고 복잡한 수식 대신, 인생의 다양한 비유와 깊은 통찰로 과학의 장벽을 낮춰준다. 세상을 정복하거나 모든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지극히 작고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나를 받아들이고, 타인과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깨닫게 해준다.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며 지나온 길을 반추하고 삶의 순리를 조용히 수용하고자 하는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삶의 무게와 불확실성으로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고 지적인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물리학이라는 가장 엄밀한 언어로 써 내려간, 참으로 이토록 인간적인삶의 찬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