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 투 AI - 두려워할 것인가,무기로 쓸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위한 진짜 AI 활용법
크리스토퍼 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더스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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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며 세상의 수많은 변화를 목도해 왔다고 자부했지만, 최근 몇 년간 몰아친 인공지능(AI)의 바람은 유독 낯설고 비현실적이었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AI가 바꿀 찬란한 미래와 인류의 종말을 동시에 경고하며 노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손주 녀석이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두드려 그림을 떼어내고 글을 짓는 모습을 보며 대견함보다는 일말의 두려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실체가 잡히지 않는 거대한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불확실성 속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술 전문 기자인 크리스토퍼 밈스가 쓴 <하우 투 AI>는 기술의 환상을 걷어내고 그 민낯을 대면하게 해 준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AI를 하늘에서 떨어진 초자연적인 신기술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AI의 화려한 겉포장을 벗겨내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와 인간의 노동에 주목한다. 우리는 흔히 AI가상 공간의 무형의 존재로 인식하지만,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만 대의 서버가 내뿜는 열기를 식힐 막대한 양의 물과 전기, 그리고 지구 반대편 데이터 센터에서 밤낮없이 데이터를 분류하고 라벨링하는 수많은 무명 노동자들의 땀방울이 필요하다. 평생을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믿고 살아온 노년의 눈에, 기술의 최첨단이라는 AI 역시 결국 인간의 노동과 지구의 자원을 갉아먹으며 지탱되는 거대한 기계 장치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과거 우리가 겪었던 산업화의 과정이 떠올랐다. 공장이 들어서고 기계가 도입될 때도 세상은 무너질 것처럼 소란스러웠으나, 결국 그 기계를 움직이고 통제한 것은 인간이었다. 저자가 책을 통해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AI는 스스로 생각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입력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정교한 예측 기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비로소 마음속의 막연한 공포가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과신하며 인간 고유의 영역인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을 포기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터득한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어떤 대단한 기술도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온기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AI가 아무리 매끄러운 문장으로 시를 쓰고 정교한 분석을 내놓는다 한들, 그것은 삶의 희로애락을 겪어보지 못한 기계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의 아픔에 눈물 흘리고, 이웃과 밥 한 끼를 나누며 느끼는 유대감은 오직 피와 살을 가진 인간만의 영역이다. <하우 투 AI>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눈이 멀어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할 인간적인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로 머물게 하려면 결국 노년의 지혜와 사회적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 버거운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새로운 용어와 기술의 홍수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보다, 이 책을 이정표 삼아 AI라는 거대한 흐름의 실체를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에게는 물리적 기반을 망각한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우리 노년들에게는 지나온 삶의 궤적이 결코 무용하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계의 지능이 아니라 이를 다루는 인간의 품격과 책임감이다. 문명의 교차로에 선 지금, 우리는 기술에 압도당할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깊이 고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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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
김성재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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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아침에 눈을 떠 신문을 펼치거나 텔레비전을 켤 때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안에서도 밤낮없이 뉴스가 쏟아진다.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부터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가만히 있어도 눈과 귀로 밀려드는 정보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7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며 세상 소식에 귀를 닫고 산 적은 없었으나, 요즘처럼 뉴스를 보는 일이 피로하고 마음 사나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낚시성 기사, 갈등을 부추기는 혐오 보도,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끊임없이 보여주는 묘한 알고리즘까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보다 왜곡하고 과장하여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뉴스들이 판을 친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김성재 저자의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은 바로 이 어지러운 뉴스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준엄하게 꾸짖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헤어질 결심은 무조건 뉴스를 보지 말라는 식의 극단적인 단절을 뜻하지 않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헤어짐은 눈을 감아버리는 도피가 아니라, 나쁜 뉴스를 가려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거리를 두자는 의미다. 나쁜 뉴스와 결별해야만 비로소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좋은 뉴스를 만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뉴스를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정보 상품으로 생각하고 무비판적으로 소비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뉴스를 읽는 행위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일이자 나아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이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넘기는 기사 한 줄, 영상 한 편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고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고, 치우치지 않는 절대적인 시선도 드물다. 특히나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교묘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파적인 시각에 갇히기 십상이다. 노년의 나이가 되면 나름의 경험과 주관이 굳어져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더 쉽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가끔은 입맛에 맞는 뉴스만 골라 보며 세상 전체를 다 안다고 착각하곤 했다.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많은 뉴스를 허겁지겁 읽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바르게 읽어내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말한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같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사회를 지탱해 온 우리 같은 노년층에게도 이 비판적 독해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잘못된 현실 인식은 개인의 삶을 흔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생을 바쳐 일구고 지켜온 이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일 접하는 뉴스의 바다에서 조난당하지 않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살아남기 위한 유용한 나침반이다. 기사가 어떤 의도를 품고 쓰였는지, 행간에 숨은 진짜 맥락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읽는 습관이야말로 세상을 흐리는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지혜를 쌓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 생각의 고집을 내려놓고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게 만드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결국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고 성숙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뉴스를 매서운 눈으로 가려내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나쁜 뉴스가 주는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진짜 가치 있는 소식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노년의 삶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더 단단해질 것이다. 세상의 온갖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요란한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바르게 나이 들기 위해, 이제는 정말 나쁜 뉴스와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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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논문 3개월 만에 끝내는 비법
권소혁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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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수많은 일이 결국 기본축적의 싸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번뜩이는 재능이나 요령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묵묵히 길을 찾아 전진하는 전략과 끈기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다. 책장을 덮으며 문득 생각에 잠긴다. 만약 내가 수십 년 전, 혹은 지금에라도 무언가 학문적 결실을 맺기 위해 논문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섰다면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권소혁 저자의 <박사논문 3개월에 끝내는 비법>은 제목의 강렬함 이면에, 인생의 파도를 겪어본 이들이라면 깊이 공감할 만한 삶의 효율성과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직장과 가정을 책임지며 학업을 병행하는 30대에서 50대의 연구자들에게 시간은 늘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이다. 낮에는 생업의 현장에서 에너지를 쏟고, 밤에는 희미한 스탠드 불빛 아래서 논문과 씨름해야 하는 그 막막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 선행연구를 읽어도 머릿속에 안개만 가득한 답답함 때문에 결국 수료'라는 미완의 상태로 주저앉는 젊은이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저자는 바로 그 좌절의 순간을 직접 통과해 온 인물이기에, 그의 조언은 책상 위에서 굴린 말장난이 아니라 치열한 현장의 냄새가 난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제목처럼 ‘3개월이라는 시간에만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칫 얄팍한 꼼수나 요령을 알려주는 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연구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단단한 정석을 담고 있다. 주제 선정부터 선행연구 분석, 설문 설계와 집필 전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제시되는 방법론은 명쾌하다. 인생을 살다 보니 깨닫게 되는 진리 중 하나는, 복잡한 일일수록 순서를 세분화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실마리가 풀린다는 점이다. 저자는 논문이라는 거대하고 막연한 대상을 잘게 쪼개어, 평범한 이들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실천적 도구로 변환해 준다.

 

70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비단 학위 취득을 위한 안내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한 인간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관리하고, 마침내 결실을 보는지에 대한 인생 경영의 축소판과도 같다. 논문은 특별한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올바른 방향성과 효율적인 전략이 있다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는 저자의 격려는 따뜻하면서도 엄격하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책은 길을 잃고 헤매는 후학들에게 나침반을 쥐여 주며,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논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든든한 길잡이 삼아 다시 펜을 잡기를 권한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이의 눈으로 보기에,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침표를 찍는 경험은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땀 흘려 검증해 낸 이 실전 노하우들이, 고독한 연구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캄캄한 밤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이 책은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투고와 수정 과정을 반복하는 연구자, 학생을 지도하는 초임교수 모두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하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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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나와 내 돈, 내 사람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률 지식
임호균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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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을 칠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수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던 시절부터,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천지개벽을 이뤄냈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의 화려함 뒤 그늘은 생각보다 깊고 어둡다. 임호균의 <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부끄럽고도 서글픈 자화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법과 정의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무분별한 고소·고발 남용의 실태를 파헤치며, 신뢰가 무너진 사회가 얼마나 삭막해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경고한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가장 큰 힘은 학습된 법이 아니라 체득된 도리였다. 이웃 간에 작은 다툼이나 오해가 생기면 막걸리 한 잔 나누며 미안함을 전하거나, 마을 어른의 중재를 통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며 갈등을 풀곤 했다. 그것은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공동체를 지키려는 지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사소한 시비조차 말과 대화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곧장 법의 심판대로 가져간다. 저자가 지적하듯,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고소·고발 건수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소송 만능주의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이러한 고소 남용이 단순히 법적 제도의 허점 때문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각박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타인에 대한 역지사지의 마음은 사라지고, 오직 자신의 이익과 분노만을 앞세우는 이기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서로를 감시하고 꼬투리를 잡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이웃은 이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아니라, 언제 나를 해칠지 모르는 잠재적 가해자이자 감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서로를 믿지 못해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과 함께 기성세대로서의 깊은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도덕과 윤리, 상식이 작동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개입해야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모든 인간관계를 법이라는 차가운 잣대로만 재단하려 든다. 법이 상식과 정()의 자리를 대체하는 순간, 공동체는 해체되고 인간의 품격은 땅에 떨어진다. 저자가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너진 사회적 자본,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남은 날들을 생각할 때,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다. 비록 세상이 야박하게 변해갈지라도, 나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갈등을 부추기는 거대한 고소 공화국의 흐름 속에서, 인간다움의 가치와 품격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화두를 던져주는 묵직한 책이다.

 

이 책은 수많은 민사·형사 사건을 처리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가장 현실적인 생활 법률 안내서로 사회초년생, 직장인, 자영업자, 투자자, 예비 창업자, 그리고 가족의 미래를 지키고 싶은 분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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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나를 설계하다 - 여러 나라를 지나 바이오더마에 닿기까지의 여정
하주현 지음 / 예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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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보면, 삶은 결국 수많은 선택의 점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하나의 선과 같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의 물줄기를 마주한다. 하주현의 <국경을 넘어, 나를 설계하다>를 읽으며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남은 시간의 의미를 깊이 곱씹어보게 된 것은, 이 책이 단순히 한 기업가의 성공 신화가 아니라 삶의 궤도를 스스로 수정하고 개척해 나간 한 인간의 치열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칠십 고개를 넘은 이들에게 내려놓음이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은 다소 멀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보다 가진 것을 지키고 정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어 통번역사라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커리어를 과감히 내려놓고 프랑스어를 전혀 쓰지 않는 베네수엘라로 떠난다. 남편을 따라 떠난 길이었다고는 하나, 평생을 바쳐 이룩한 자신의 전문성을 단숨에 포기해야 하는 순간의 두려움과 막막함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나 역시 살면서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던 순간들의 기억이 겹쳐지며, 저자의 첫 발걸음에 깊은 공감이 가닿았다.

 

저자는 낯선 언어와 문화가 지배하는 국경 너머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그녀는 자신을 원망하거나 과거에 머무는 대신 나를 다시 설계하는길을 택한다. 여러 나라와 문화를 거치며 끊임없이 자신을 리모델링해 나간 과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흔히 젊은 날의 도전만을 가치 있게 여기는 세상이지만, 진정한 용기는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 익숙한 안락함을 깨고 나올 때 발휘되는 법이다.

 

현재 나오스 코리아의 대표로 서 있는 저자의 모습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닥쳐온 변화를 피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정의하고 확장해 온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는 흔히 은퇴를 하거나 나이가 들면 내 역할은 끝났다고 선을 긋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국경이나 환경, 심지어 나이조차도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한계가 될 수 없음을 나지막이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스스로를 새로이 설계해 나가는 의지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힌트는 선택과 도전에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안정을 버리는 것은 퇴보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진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칠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넓고, 내가 채워 넣을 수 있는 삶의 여백은 남아있다. 비록 젊은이들처럼 세계를 무대로 뛰지는 못할지라도,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 또한 나만의 작은 국경을 넘는 일이 아닐까.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아야 했던 절망적인 순간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저자의 기록은, 삶의 막바지 여정을 걷고 있는 나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인생은 완성된 도면대로 지어지는 건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수하며 만들어가는 미완의 작품이다. 낡은 고정관념의 국경을 넘어, 남은 생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설계해 나갈 것인가. 책을 덮으며, 거울 속에 비친 내 희끗희끗한 머리칼 뒤로 새로운 여정을 꿈꾸는 청년의 눈빛을 가만히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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