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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
김성재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아침에 눈을 떠 신문을 펼치거나 텔레비전을 켤 때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안에서도 밤낮없이 뉴스가 쏟아진다.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부터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가만히 있어도 눈과 귀로 밀려드는 정보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7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며 세상 소식에 귀를 닫고 산 적은 없었으나, 요즘처럼 뉴스를 보는 일이 피로하고 마음 사나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낚시성 기사, 갈등을 부추기는 혐오 보도,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끊임없이 보여주는 묘한 알고리즘까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보다 왜곡하고 과장하여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뉴스들이 판을 친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김성재 저자의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은 바로 이 어지러운 뉴스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준엄하게 꾸짖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헤어질 결심’은 무조건 뉴스를 보지 말라는 식의 극단적인 단절을 뜻하지 않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헤어짐은 눈을 감아버리는 도피가 아니라, 나쁜 뉴스를 가려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거리를 두자는 의미다. 나쁜 뉴스와 결별해야만 비로소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좋은 뉴스’를 만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뉴스를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정보 상품으로 생각하고 무비판적으로 소비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뉴스를 읽는 행위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일’이자 나아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이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넘기는 기사 한 줄, 영상 한 편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고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고, 치우치지 않는 절대적인 시선도 드물다. 특히나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교묘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파적인 시각에 갇히기 십상이다. 노년의 나이가 되면 나름의 경험과 주관이 굳어져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더 쉽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가끔은 입맛에 맞는 뉴스만 골라 보며 세상 전체를 다 안다고 착각하곤 했다.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많은 뉴스를 허겁지겁 읽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바르게 읽어내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말한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같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사회를 지탱해 온 우리 같은 노년층에게도 이 비판적 독해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잘못된 현실 인식은 개인의 삶을 흔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생을 바쳐 일구고 지켜온 이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일 접하는 뉴스의 바다에서 조난당하지 않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살아남기 위한 유용한 나침반이다. 기사가 어떤 의도를 품고 쓰였는지, 행간에 숨은 진짜 맥락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읽는 습관이야말로 세상을 흐리는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지혜를 쌓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 생각의 고집을 내려놓고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게 만드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결국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고 성숙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뉴스를 매서운 눈으로 가려내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나쁜 뉴스가 주는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진짜 가치 있는 소식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노년의 삶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더 단단해질 것이다. 세상의 온갖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요란한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바르게 나이 들기 위해, 이제는 정말 나쁜 뉴스와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