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 현직 의사가 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
박지욱 지음 / 시공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질병은 인류 문화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질병의 원인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그리고 위생의 중요성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알게 된 것은 19C가 되어서였다. 그 전까지는 질병, 특히 전염병은 신이 내린 천벌로 여겨졌고 예방이나 치료방법도 지금 보면 거의 미신에 가까울 정도였다. 물론 그 오랜 세월동안 미생물을 발견한 사람이 없지 않았고 세균으로 오염된 물이 수인성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과학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었던 중세시대엔 새로운 발상이라는 것은 금기시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생각들은 잊혀지거나 오히려 공격받기 일쑤였다.

 

그 수많은 질병들의 공격에도 인류가 이정도 살아남아서 번성하는 것을 보면 미생물이 살아갈 숙주를 일정부분 남겨놓는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발전한 만큼 미생물도 발전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거의 사라져가는 병인줄 알았던 결핵은 다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활개를 치고 있고, 에이즈 감염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엔 신종플루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고.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전 세계에서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은 진료실의 고고학자로 불리길 좋아하며 신경과 전문의이자 항공전문의사이며, 현재 박지욱신경과의원 박지욱 원장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를 담았다. 저자는 자신의 진료실 안팎을 넘나들며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의학에 관해 한번쯤 가졌을 법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간다.

 

저자는 병원은 왜 십자 기호를 쓸까’ ‘의사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결핵 이야기’ ‘고혈압 이야기등 단순하지만 의학의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질문부터 전쟁 중 잘못된 정보로부터 시작된 스테로이드 이야기와 실패한 협심증 치료제 비아그라, 겨자가스에서 탄생한 항암제, 인공수정으로 75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제이콥슨 스캔들같이 질병과 치료법을 둘러싼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들려준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 항상 이맘때면 선생님께서 크리스마스실을 보여주시고 반 강제로 구입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결핵퇴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함인데 요즘 세상에 학교에서 크리스마스실을 아이들에게 강매한다면 부모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지구상에서 매년 900만 명이 결핵에 걸리고 매년 15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인류의 3분의 119억 명이 결핵 환자다. 이유는 굶주림과 전쟁이 원인인데 이는 주요 후진국들에서 발생한다. 그동안에 잊고 있었던 크리스마스실을 구입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학교에서 배우는 의학사 책처럼 연도별로 사건을 나열하지도 않았고,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쓰지도 않고, 의료 현장에서 출발하여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하도록 한다. 최근에 나온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처럼, 마치 도서관 서고처럼 과거의 현장들이 3차원 공간에 배열되어 있는 가운데, 시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서 읽다가 보면 그 재미에 다른 부분들도 읽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것이다. 읽고 집에 보관해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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