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평전 : 나는 바람, 그대는 불
안네마리 쉼멜 지음, 김순현 옮김 / 늘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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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코란, 다른 한 손에는 칼 또는 폭탄을 안고 돌진하는 테러범.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교인(무슬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무슬림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테러범 이미지는 서방 세계에서 만들어 낸 편견이며, 중세 십자군전쟁 때 이교도들에게 행한 만행이 기독교의 전부가 아니듯이 무슬림도 마찬가지라고 항변한다. 유일신을 섬기지만 인류는 모두 형제란 게 자신들의 종교철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종교적인 대립과 정치적인 이유에서 발생하는 테러 사건들로 서방 세계의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루미평전 <나는 바람 그대는 불>을 읽고 나면 이슬람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다.

 

이 책은 1967년부터 1992년까지 하버드대학교 교원으로 재직하고, 은퇴한 뒤에는 같은 대학교의 명예교수로서 인도무슬림 문화를 가르쳤으며, 독일 본대학교의 명예교수를 역임한 이슬람 철학자인 안네마리 쉼멜 교수가 이슬람의 신비주의자며 철학자, 그리고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수피즘의 대표적인 영성가이자 시인 루미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1장에서 전기형식으로 인물을 개괄한 후 나머지 장들에서 <마스나비><피히 마 피히> 등 루미의 저작을 직접 인용하며 루미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블라나 루미는 우리의 스승이란 뜻이다. 13세기 초 터키의 코니아에서 활동한 철학자이자 시인이며, 수피(이슬람 신비주의자)인 루미는 사랑이야말로 정신적인 구원을 위한 가장 위대하고 신비한 길이다. 삶은 곧 사랑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철학자였으나 철학을 거부했다. 사상은 사랑의 희열을 느끼게 해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한 시인이면서 말과 글을 거부했다. 말과 글은 포도밭에 둘린 울타리일 뿐, 포도 즉 사랑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사상과 말을 버리고 신과 합일하는 수행 방법으로 창안해낸 것이 바로 회전무였다. 빙글빙글 도는 춤이라 하여 서양 사람들은 수피 훨링이라고도 한다.

 

루미는 1207년 아프가니스탄 발흐에서 출생하였으며, 페르시아 문학의 신비파를 대표한다. 바그다드, 메카를 거쳐 소아시아의 코니아로 이주하여 1244년 샴스 우딘에게 사사하였고, 시작을 하는 한편 신비주의 추구에 몰두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타브리즈의 태양>이라는 서정시집과 6, 27천여 대구로 된 대서사시 <정신적인 마트나비>가 유명하다. 이는 700여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피즘의 교의, 역사, 전통을 노래한 것으로 신비주의의 바이블’, ‘페르시아어의 코란등으로 불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춤과 음악을 허용하는 수피즘 내부에서도 고참에게는 영성의 도구로 춤과 음악이 허용되었으나 신참에게는 쾌락의 도구로 잘못 사용될 위험성때문에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영성을 탐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루미의 경우본인 스스로가 음악과 춤을 득도의 굉장히 중요한 도구로 보았으며 루미가 생애 대부분을 보낸 아나톨리아 지역이 예로부터 음악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설명을 붙이고 있다.

 

나는 그동안 이슬람에 대해서는 전혀 접해보지 못하였다. 이 책을 통해서 이슬람 신비주의 사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이 책이 이슬람의 신비 세계를 경험해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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