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가족을 위한 심리학 - 이혼가족을 위한 상실과 성장의 이야기
존 H. 하비 외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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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사회는 매우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통적인 가정의 붕괴이다. 경기불황 여파로 너무나 살기가 힘들어 부모들이 스스로 자살하는 가운데 자식까지 동반해 죽이는 일을 방송을 통해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교통사고 사망률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는 우리나라는 이제 이혼율 최고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됐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부부는 114,300쌍으로 결혼자 대비 이혼자 비율을 나타내는 이혼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실업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 최근 십여년 만에 대학가에 나돈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는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자영업자들도 침체된 경기에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 책은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존 H. 하비와 미주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마크 A. 파인이 13년간 수집한 이혼 가정의 대학생 1000명의 사례를 통해 이혼 가족이 겪는 상실감과 성장의 과정을 생생히 담아낸 것이다. 두 저자들은 이혼 경험이 있는 자들로서 이혼 가정의 자녀가 겪는 부정적인 문제에 집중한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이혼 역시 변화의 한 양상일 뿐이며 오히려 고통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강조한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으며,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현실적이며 적응을 잘 해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혼이란 한 가족이 둘로 나누어지게 되는 사건이지만 총체적 파국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들은 평생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으로 여기게 되며, 이혼의 경험이 이후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에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유발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저자들은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어렸을 때의 기억이 살아난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별거생활을 했다. 나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 분노가 일었다. 아버지는 사흘이 멀다 하고 말도 없이 집을 나가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딴 살림을 했다. 어머니는 눈물로 세월을 보냈고, 아버지가 집에 오는 날이면 밤새도록 싸웠다. 잠을 자면서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커서 저렇게 하지 않아야 되겠다고 결심을 하면서도 마음에 받은 상처는 어른이 되었는데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부모님 덕분에 다른 친구들보다 나는 빨리 성숙해졌다. 이젠 이혼 부부들을 위해서 이혼중재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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