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아, 고맙다 - 시를 쓰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신동호 지음 / imagine&Road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군 생활을 했던 민통선통제구역은 동식물의 자연보존상태가 잘 되어있어서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지정해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강원도 양구 모부대에서 근무하다가 제대한 사람으로서 그곳은 자연의 보고 그 자체라고 본다. 백킬로 행군하다 보면 그곳의 철쭉은 우리 키보다 크고 나무줄기도 아주 굵으며 역시 꽃도 흐드러져서 굉장하다. 아마 민간인출입금지구역이기에 소백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듯싶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이런 자연의 보고를 잘 관광자원화해야 한다고 본다.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고 잘 보존된 이 지역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괴하지 말고 잘 활용한다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분명 지난 분단의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상의 선물일 것이다.

 

이 책은 한양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며 문학적 상상력을 남북교류협력 현장에 접목하느라 애쓰고 있는 시인 신동호가 서울신문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산문집으로 저자가 시를 쓰는 마음으로 써내려간우리 시대의 이야기 55편을 사회, 문화, 정치, 남북관계 등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분단아, 고맙다>고 했는데,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5천만 우리 국민의 염원이 어서 빨리 남북이 통일되는 것이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고 얼마나 노래를 불렀는데, 어찌 분단 상황이 고맙단 말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바르샤바 유로 2012’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축구를 예로 들며 이 말의 배경을 설명한다. “당시 풋볼리스트 서형욱은 두 나라의 축구를 훗날 축구사가 당대 축구의 경계선으로 지목할 중대한 역사적 현장을 보여준 그들의 진화하는 자세가 부럽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은 8세기부터 이슬람의 통치시기를 거쳐 15세기에야 완전한 독립국을 이뤘다. 1936년에는 내전으로 수많은 학살을 경험했다. 바로셀로나는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운동의 중심지였고, 레알마드리드로 유명한 마드리드도 종교 재판으로 인한 피의 도시였다. 그러나 내전은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미로의 추수를 낳았고, 광기의 현장이었던 플라사 마요르 광장은 <돈키호테>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p.176)고 했다.

 

저자는 분단은 찬란한 선물이다. 평화를 실험하고 완성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평화가 오면 한국의 동네축구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배흘림기둥 같은 아름다운 패스를 날릴 것이다. 우리 축구를 보고자 세계가 잠을 설치는 건, 분단을 평화로 극복한 민족에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p177)고 했다.

 

21세기 분쟁을 상징하는 한반도에게 분단은 평화를 실험하고 완성할 기회를 줄 것이다. 비록 지금은 분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불안해하고 있지만 우리가 힘들게 얻은 평화는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역사는 흐르고 평화는 다가온다. 우리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헤쳐나간다면 반드시 아름다운 세상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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