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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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두 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다고 말한다. 어두운 절망과 상처의 시대다. 장밋빛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자포자기 하며 서로를 비난한다. 그래서 누구나 항상 남에게 상처를 입힌다. 때문에 쓰라린 상처를 입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남에게 주었던 상처든, 누군가가 나에게 주었던 상처든, 혹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 상처든 그 상처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 같지만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그 아픔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곤 한다. 그래서 모든 상처는 잊혀지지 않고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10여개의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TV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는 유명 언론인, 화제의 베스트셀러 작가 등 겉으로는 어떤 일에서든 성공한 위너의 삶을 사는 중국의 알랭 드 보통이라 불리는 저자 량원다오가 사랑에 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루저가 됐다. 여름에서 겨울까지 153일 동안 경험한 만남과 이별, 고독과 번뇌, 고통과 성찰 등에 대한 단상들을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간 산문집이다.

 

저자는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고, 떠나간 연인을 원망한다. 연인이 떠난 집에 홀로 남아 그가 남긴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다 허무감에 빠지기도 한다. 또 언제일지 모를 우연한 재회를 꿈꾸고, 절망과 슬픔 가운데 종교에 의지하는 등 상처에 몸부림치면서도 글쓰기를 계속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상처의 원인을 가리킨다. 예컨대 자상, 총상, 화상 같은 이름들이다.”라고 하면서 하지만 절대 공백에는 이름이 없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것은 침묵의 상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그에게 상처를 준 연인을 기억에서 지우거나 섣불리 치유나 회복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도리어 집요하리만큼 자신의 연애와 옛 연인 그리고 그와 관련한 책, 영화, 역사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상처를 헤집는다. 슬프다고 말하기보다는 슬픔의 근원과 출처를 철저히 밝히고 그 깊이를 재는 것. 그것이 저자의 치유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그의 생각들을 쫓아가다 보면 나 역시 사랑했다가 떠나간 여인을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큰 상처를 주고 떠나간 그 여인을 생각할 때마다 아픈 마음이 다시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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