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중국인
량샤오성 지음, 고상희 옮김 / 가치창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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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3억50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5%에 가까운 수치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도 57만명이나 된다. 6시도 되지 않아 해가 저물어 어두컴컴해지는 겨울이면 평소보다 더욱 기분이 가라앉는다. 특별하게 슬프거나 힘든 일도 없는데 괜히 눈물이 나고 우울해지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짜증스럽다.

 

우울증이란 우울하고 저조한 기분이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종종 다양한 신체 증상까지 동반한다. 현대인의 병이라고 불리는 우울증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3억 인구대국’ ‘세계의 공장’ 이라는 중국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줄도산 소식에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사회불안이 우려될 만큼 중국인들은 우울하다.

 

이 책은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저자 량샤오성이 중국이 이른바 ‘거대 경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의 집단적 우울 증세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1997년 ‘중국사회 계층분석’에서 중국의 경제적 계층 분화 현상을 해부하면서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사회주의의 그늘을 조명한 바 있다.

 

요즘 젊은 중국인들은 ‘평범하게 살 바에야 차라리 자살을 택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비범한 삶을 산다는 것이 결국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몸값으로 보장되는 사회 구조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혁 개방이 불러온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상업화 시대의 조류 속에서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갈팡질팡하고 당황하고 낙심하고 분노한다.

 

저자는 이 책의 ‘생전에는 차관급 인물이었지’에서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다’는 여기에서 동사로 쓰였다. 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붙어 신경전을 펼칠 때, “당신이 (이 몸을) 어쩔 건데?” 하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첫 번째에 비하면 동력이 떨어진다. 위의 상황을 다시 빌리자면, 상대가 예리한 공격을 해오는데도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아예 뒤로 물러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을 어떻게 할 생각이 없는데요?” 이럴 때 세 번째 부류가 등장해서 두 번째 부류를 종용한다. “붙어요! 뭐가 겁나서 그래요? 약한 척하지 말아요.”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우울증’은 몇 년전만 해도 생소한 말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 하면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우울증 등 국민들의 심리 문제에 대한 대응 조치를 내놓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들어서다. 저장(浙江) 성의 ‘톈이(天一) 심리상담 핫라인’은 2002년 개통된 뒤 지난 9월 현재 상담을 받은 사람 수가 2만 5,000명에 이른다. 처음에 오후에만 실시하던 상담을 지금은 온종일 진행하고, 중국의 메신저인 QQ를 이용한 상담도 개통했다.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의 경제위기는 심각한 수준으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은 실사구시에 입각해 집중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어서 금융위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책이 중국의 하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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