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사랑이 남편을 죽였다
차란희 지음 / 푸른향기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탈북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 <김정일리아>를 본 적이 있다. 12명의 탈북자들은 각각 기아, 폭행, 수용소생활, 자유로의 갈망 등의 이유로 탈북을 감행했고, 고난스런 과정을 거쳐 결국 성공했는데. 탈북자 중에는 북한군 장교도 있고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사람, 사춘기에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탈출한 사람, 막내를 살리기 위해 형제자매가 함께 탈출했다가 결국 뿔뿔이 흩어진 이야기, 중국으로 탈출해 몇 년을 매춘으로 살아온 이, 배우자와 자식 그리고 손주들까지 북한 체제의 희생양이 되었다가 홀로 살아남은 사람까지 다채로운 고난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나온다.

 

이 책은 전 대남공작원의 아내였던 차란희가 남편을 잃게 된 통한의 사연을 담은 것이다. 태권도 사범인 남편과 함께 해외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북의 중산층인 저자의 가족이 아들의 사랑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평양당국으로부터 쫓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죽어야 했던 비극을 담았다.

 

이 책의 저자 차란희는 평양의 최고 미녀들만 허락되는 평양상점에 취업하여 최은희 신상옥, 황장엽 부인 등 시대의 주요 인물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가지고 지인의 소개로 대남침투간첩 전문양성학교인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한후 오랜 재외생활로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남한의 실상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조국인 북한 체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도 조국애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가 그려낸 평양과 북한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사랑하고 웃음이 넘친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저자와 남편의 깊은 사랑, 저자 부부의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 그리고 평양에 남겨진 가족친지를 염려하는 저자의 애절한 마음이다.

 

북한에서는 유학생들이 연애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으며 외국인과 사랑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당국의 신임을 받으며 16년간의 재외 생활을 하던 저자의 가족은 외국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진 대학생 아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도망자의 신세로 추락하게 되고, 아들을 잃은 후 저자와 아들은 제3국의 시민권을 얻어 정착했다.

 

이 책에는 대남침투간첩 전문양성 학교인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의 실태와 혹독한 훈련 내용, 북한 사람들도 성형수술을 하고 뜨거운 연애를 하며 애인 없는 유부녀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 등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최은희 신상옥 부부, 황장엽과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남편을 통해 알게 된 판문점의 대립상황과 강릉 앞바다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정황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진위논란이 되고 있는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그의 남편과 대학 동창이라는 사실, 아웅산 테러 때 피해 입은 북한 측 요원들이 남편의 동료였다는 전언은 첨예한 논란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북한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비롯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통제와 감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데도 불평불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북한도 사람 사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읽는 자들은 서로 나라가 다르고 체제가 다른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겪고 이루어낸 어떤 사랑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사랑을 넘어 또 다른 한 세상을 보게되므로 이 책을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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