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공자를 만나다 - 치열한 삶의 순간마다 논어의 지혜를 떠올려라
한장쉐 지음, 이주엽 옮김 / 오늘의책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받아들고 왜 책의 제목을 <신도림역에서 공자를 만나다>라고 정했을까? 의문을 가졌다. 혹 편저자 한 장쉐나 옮긴이 이주엽이 혹시 신도림역과 가까운 곳에서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신도림역이라는 말은 한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신도림역은 지하철 1호선・2호선의 역 이름이다. 산 형국이 마을을 성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도림리라 한 마을 이름에 따라, 국철 1호선 개통 때 역 이름이 되고 2호선 개통으로 환승역이 되었다. 신도림역은 하루 최대 유동인구가 50만 명이나 되며, 이용률은 전국 1위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희망으로 가는 환승역이다.

 

매일 아침 신도림역에서 환승을 위해 계단에 올라서면 그때부터는 ‘내 몸’이라고 할 수 없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지선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뭉쳐 2호선 강남방향 승강장을 향한다. 지하철이 떠날새라, 문이 닫힐새라 마음이 급한 승객들은 서로 뛰고 밀친다. 연착이 돼 지하철이 오지 않으면 승강장이 터져나가고 ‘앞 차와의 간격’ 때문에 정차할 땐 지하철 안이 터질듯 한다. 하지만 바로 이런게 사람사는 모습 아닐까? 행복이란 것이 이렇게 서로 부디끼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 하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을 향해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호되게 꾸짖는 공자의 말씀을 우리가 사는 현실로 끌어들여 인생에 대해, 성공에 대해, 사람에 대해, 하루하루에 대해 조언해 주는 책이다. 공자의 지혜는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의 도리를 잊지 아니하며, 삶은 고통과 즐거움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져 있음을 인정한다. 자연을 사랑하되 진흙탕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는 용기와 괴로움 가운데서도 노래를 부르는 여유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공자는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자신을 잘 다스려 평상심을 늘 유지했고, 유머와 익살로 세상을 대했다. 현실을 피하지 않고 항상 맞서 살면서도 불리한 외부 환경 때문에 기가 죽지도 않았다. 그는 항상 차근차근 전진하는 정신으로 성실하게 살아나갔다.

 

공자는 생전에 높은 벼슬을 한 적도 있지만 밑바닥 생활도 해보았다. 그야말로 인생의 온갖 풍파를 다 겪은 것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늙어서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중년에는 상갓집 개와 같은 신세로 제후들 사이로 분주히 돌아다녔고 만년에는 고향에 돌아와 비교적 마음 편하게 교육자로서의 삶을 영위하며 부지런히 가르침을 베풀었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나 공자의 사상에는 학문의 전문화나 학자의 특권의식은 없엇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학문적 깊이를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지식의 보편화와 대중적 표현법을 강조했다. 공자는 “말은 다듬어지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만일 공자가 현대에 나타난다면 강의 실력이 뛰어난 교사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워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공자의 주장은 책읽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이는 죽은 독서를 하는 책벌레에 지나지 않고, 공상에만 빠져 책읽기를 등한히 하는 이는 환상에 빠지는 공상가라는 것이다. 공자는 과거의 사람이지만 그의 지혜는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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