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부르는 노래 - 죽음의 문턱에서 길어 올린 생명 묵상
정병선 지음 / 대장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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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많은 돌들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크기와 모양은 다르지만 그 돌들은 한결같이 둥글고 매끄러운 모습을 갖고 있다.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거센 파도가 한때는 거칠고 날카롭던 돌들을 놀라우리만큼 아름답고도 둥근 모양으로 변모시켜 놓은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한 개인, 개인에게 이와 같은 일을 이루고 계신다. 하나님은 인생의 폭풍을 몰아치심으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완성된 모습으로 우리를 변모시켜 나가신다. 그 폭풍이 때로는 말할 수 없이 처참한 것도 될 수 있고, 질병을 통해서, 그밖에 여러 환경들을 통해서 우리의 인격을 연마시키며, 인내할 수 있게 하시고, 겸손을 배우게 하시고 나아가 그의 음성에 민감하게 귀를 열도록 해 주신다.

 

이 책은 정병선 목사의 인생에서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대한 사적인 기록이며, 죽음의 문턱에서 길어 올린 생명 묵상이다. 또한 정 목사의 인격과 품성, 그리고 사색과 글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죽음을 맞닥뜨려 생명의 귀중성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그의 사색과 삶의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현실 교회가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교회 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목회, 교회다운 교회를 세워가는 목회를 꿈꾸며 수원에 '한길교회'를 설립, 목회에 전념하던 중 공중목욕탕에서 다른 사람이 사용한 일회용 면도기로 몇 번 수염을 깍은 것 때문에 간염이 감염되어 병원에 드나들면서 10여 년간 목회를 하였다. 그 후 간경화 증상이 보인다는 판정을 받고 교회를 사임했다.

 

정 목사는 “사랑하는 아들의 장기까지 이식받으면서 까지 살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들의 몸에 칼을 대는 것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서까지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 고민을 안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몸부림 쳤다.

 

하나님의 사람 다윗은 “주께서 나의 날을 손 넓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의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마다 그 든든히 선 때도 진실로 허사뿐이니이다.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같이 다니고 헛된 일에 분요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취할는지 알지 못하나이다”(시 39:5-6)라고 고백했다.

 

정 목사는 2009년 4월 8일 메모 수첩에 “살고 싶다. 일 년이라도 더, 아니 십 년, 이십 년을 더 살고 싶다. 비록 죄악과 어둠과 비탄이 가득한 세상일지라도 나는 다른 세상이 아니라 죄악과 어둠이 가득한 바로 이 세상을 좀 더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얼굴을 마주하며 가볍게 웃음 짓고 어깨를 다독여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장기 이식의 대가를 지불해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아내와 아들의 변해가는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놀라운 기쁨이요, 행복이겠는가!”라고 기록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과 사의 압축된 사색들을 읽을 수 있다.

 

목회자로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정목사의 신앙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신앙이 아닐 수 없음을 깨닫는다. 욥도 고난 중에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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