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 - 우리 곁에 숨어 사는 다섯 도인들의 삶을 찾아서, 개정판
김나미 지음, 현관욱 사진 / 민음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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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조선개국을 예언하며 고려시대 무학대사의 스승이며 공민왕 왕사로 있던 나옹선사의 선시가 떠오른다.

이 책의 제목은 나옹선사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종교 전문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전국 곳곳에서 만난 20여 명의 도인 중 5명의 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없지만 조금이라도 나누며 사는, 욕망이 절제된 상태에서 조용히 자기 목소리로 삶의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이들의 삶과, 이들의 메시지처럼 우리들도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고단한 삶을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세상사는 법에 통달한 사람, 없어도 만족하고 혼자 행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세상을 다 버려라!” 자신만의 삶의 이치를 깨닫고 스스로 자족하며,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나눔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도인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얼마 전에 건국 이래 개인으로는 최고의 금액을 기부하여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고 강태원 회장의 일대기 <아름다운 선택>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엇다. 분단으로 만석꾼 자손에서 졸지에 혈혈단신 빈털터리로 전락해 부두노동자, 노점상을 거쳐 포목점, 운수업, 건설업 등을 통해 모은 수백억 원대의 전 재산을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해마다 세밑이면 자선냄비에 1천만 원짜리 수표를 넣고는 총총히 사라지는가 하면 의지가지없는 이들의 쉼터인 꽃동네에 나타나 점심 한 끼를 먹고는 백미 100가마를 선뜻 부려놓고, 또 돈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는 난치병 어린이의 병원비를 아무 조건 없이 내주는 등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자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 왔다.

무위 도인은 1960~70년대에 청계천에서 셔츠 공장을 운영해 큰돈을 벌었다. 그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 살면서 전 재산을 고아들을 돕는 데 사용하고 이 세상에 이름 한 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다. 저자가 이 노인에 대해 소문을 듣고 찾아갔더니 비가 새는 집에서 살고 있더란다. 노인이 안타까워 저자가 노인에게 자신을 위해 돈을 좀 쓰라고 했더니 노인은 “살아 보니 그리 필요한 게 많지 않았습니다. 난 2평 정도의 잠자리에 하루 두끼로 된장만 먹으면 되니 뭐가 필요한 게 그리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더란다. “난 이 세상에서 갖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고승도, 성직자도 아니었다. 황혼기에 접어든 평범한 초로의 노인이었다. 그는 삶의 안락함보다는 충만함을 몸으로 만끽하는, 그래서 정신과 영혼이 함께 풍요로운 사람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내면에 집중해 순간을 영원처럼 살며, 주어진 곳에서 아주 작지만 그 작은 것을 남과 나누는 그들이 바로 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스승이 없는 이 세상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하는 스승다운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탐욕으로 가득찬 현대인들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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