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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중학교를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그 당시 유행했던 두터운 연애소설을 많이 읽으며 연애소설에 열광 했었던 적이 있었다. 주인공의 사랑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때론 마음 설레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또 그런 사랑을 동경했었다. 아마도 그때가 사춘기였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수광 장편소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을 밤을 새우며 재미있게 읽었다. 엄격한 유교사상과 신분제도가 개인을 철저히 억압한 조선시대에도 화려한 ‘연애사건’은 그칠 줄을 몰랐다. 조선 왕조 500년 역사를 뒤흔든 최대의 연애사건과 스캔들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책이었는데, 책에 등장하는 16가지 연애사건은 오늘날 관점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조선시대의 성 모럴을 낱낱이 드러내 보여준다. 자유연애가 가능했던 고려시대와 달리 자유연애가 금지된 조선시대의 연애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때로는 당사자의 목숨마저도 위험했다. 이 책을 읽어 내려다가 보면 신분과 목숨을 전부 걸고 뜨겁게 연애한 조선의 남녀들의 사랑이야기가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오늘 우리들에게 가르친다고 하겠다.
<그리워하다 죽으리>는 <나는 조선의 국모다> <소설 김만덕> <신의 이제마> <소설 열국지> 같은 역사소설뿐 아니라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안중근 불멸의 기록> <조선사 쾌인쾌사>등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이수광 작가의 조선을 울린 애절한 러브 스토리이다.
이 소설은 18세기 조선시대 후반 역사 모티브를 한 소설로서 지극히 아름다운 순애보다. 조선의 역사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순애보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18세기 조선의 천재 시인 김려와 함경도 부령 기생 연화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조참의 이광표의 소실로 한양에 왔다가 파혼 당한 관기 연화는 시인 김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파혼 당한 관기 신분인 연화는 고향인 함경도 부령으로 돌아가야 하고, 김려는 경남 진해로 유배를 떠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는 3천리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함경도에서 경상남도까지 편지가 닿는 데에 300일. 그럼에도 그들은 평생을 사랑하고 그리워 한다. 오랜 세월 동안의 유배가 해제된 뒤 김려는 연화를 찾아 부령으로 무작정 길을 떠난다. 부령으로 가는 길, 한때 유배길이었던 그 길을 되짚어 가며 김려는 일생을 바쳐 사랑한 여인, 연화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고통스럽다. 한편 부령의 연화는 평생 김려를 기다리며 수절을 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죽음의 문턱 앞에 와 있다.
이 소설에는 수십 편의 시가 기록되어 있는데 사랑이 가득한 수십 편의 시는 조선시대판 [사랑과 영혼]이다. 시를 읽고 있노라면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저절로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때로는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가슴을 아릿하게 하고, 때로는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처럼 저절로 눈물이 흐르게 만든다.
가정에 좋은 대형 TV, 컴퓨터, 오디오, 냉장고, 자동차가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가정은 부부가 매일 싸우는 전쟁터가 돼 버리고 결국 둘다 패잔병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소설처럼 부부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연애하듯” 살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