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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에 날개를 달다 - 황수정 사진 치유 에세이
황수정 지음 / 나무발전소 / 2011년 3월
평점 :
새로운 디지털카메라가 나올 때마다 엄청난 성능에 동영상 촬영은 기본이고 초점까지 잘 맞춰준다. 사람의 미소를 감지해 자동으로 셔터를 눌러주기도 한다. 손떨림 방지 기능은 기본이다. 다양한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촬영모드가 바뀌어 사용자가 복잡한 조작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똑똑한’ 디지털카메라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필름 레버를 돌리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을 고민하고, 초점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며 셔터를 누르던 수동 필름카메라의 손맛을 느끼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 책의 작가 황수정은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학과와 동대학원 판화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2010년 ‘간극’을 주제로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저자는 사진과 회화의 사이를 표현하고 싶어 다양한 카메라 중에 핀홀(Pin Hole) 카메라를 택하여 장시간 노출을 위해 핀홀 카메라를 직접 만들어 사진과 회화를 넘나드는 작품과 치유의 글을 담아냈다.
이 책은 찰칵찰칵 소리가 너무나 경쾌한 핀홀카메라로 담아낸 몽환적인 사진과 감성을 적시는 짧은 글로 생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핀홀카메라는 ‘바늘구멍 사진기’라고도 불리는 사진기로 작가인 황수정은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만이 가진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과 일상에 숨겨진 순간의 매력을 잡아내기 위해 핀홀카메라를 이용해 개울물을 유유히 떠다니는 흐름과 멈춤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특히 아픔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재발견하여, 마음의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필름카메라의 히스토리와 소개된 카메라로 찍었을 때의 사진을 꼼꼼하게 보여주는데 글보다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하트에 날개를 달아주는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프게 가느다란 뼈를 하나하나 만들고, 눈물이 피가 되어 살을 만들고, 힘겹게 깃털을 하나하나 붙여준다. 꼬박 1년은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뼈와 살을 만들었고, 그리고 1년은 사진과 함께 깃털을 붙여주었다. 사진과 함께 했기에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었고, 점점 가볍게 깃털을 붙여 줄 수 있었다고 했다.
하트에 날개를 단 작가는 “아픈 사람들아, 지독하게 아파라. 그래도 다시 웃게 되고 다시 따뜻한 마음이 자라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말한다.
우리는 작품사진은 오랫동안 사진에 대해서 공부한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경계를 허물려고 한다. 사진작업을 어렵게 생각하고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작가는 예술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격려한다.
작가는 아파하는 사람들은 아픈 마음으로 사진을 찍다보면 사진을 찍는 동안 그 아팠던 마음이 사진으로 전사(轉寫)되어 자신도 모르게 치유가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두껍지 않고 내용이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고, 이 책을 읽으므로 하트에 날개를 달아 마음 안으로 훨훨 날아오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