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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 ‘조선의 숨은 왕’은 역사 속에 숨겨진 인물인 조선 중기 학자 송익필(宋翼弼)이라는 인물을 본격 분석하며, 조선왕조실록과 개인 문집, 서찰 등을 근거로 준 픽션의 형식을 통해 조선시대 당쟁의 뿌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아버지의 과오로 양반에서 천민으로 신분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버렸다는 드라마틱한 송익필의 인생사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현장과 이이(李珥)의 활약상, 이이와 성혼(成渾), 정철(鄭澈)과 송익필(宋翼弼)이라는 인물들에 대한 조명, 그리고 인조반정의 1등 공신 9명을 직·간접 제자로 둔 서인(西人) 세력의 정신적 구심점. '정여립 사건'을 중심으로 동인과 서인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으로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썼던 저자는 송익필을 “선조 이후 조선 역사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송익필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분열주의의 근원을 파악하고자 당쟁의 근원을 재조명하는 이 책은 선조시대 정치가 왜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의 분열 양상은 과연 어떠했는지를 심도 있게 포착해 내고 있다. 십여 년간 『조선왕조실록』을 독파하며 태종, 세종, 성종, 선조, 숙종, 정조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해 통시적 역사읽기의 장을 연〈이한우의 군주열전〉 시리즈의 저자 이한우가 임금과 신하가 함께 운영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선비들의 정의로운 과정이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300년 당쟁의 문이 열리다>에서는 선조 즉위 과정과 영의정 이준경의 상소로 인해 조정이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선비들이 이조 정랑직 인사와 민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처리를 두고 당파성을 드러내면서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본격적인 정국주도권 장악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2부 <관직 없는 천재, 송익필>에서는 역모를 고발해 출세한 아버지의 덫에 걸려 정계진출이 좌절된 송익필의 삶을 자세하게 밝힌다. 문장가로서의 면모, 이이와의 학문논쟁, 정철과의 의기투합 등의 활약상뿐 아니라 정치적인 계략에 의해 환천(還賤)되어 몰락하는 과정이 적서의 문제, 군신공치와 주기론과의 관계, 격군(格君) 문제 등의 논의와 맞물려 전개된다.
3부 <흔들리는 조선, 고뇌하는 선비들>에서는 위기에 몰린 송익필과 서인이 ‘정여립의 난’을 뒤에서 유도해 기축옥사를 유발하고, 세자추대 문제를 내세워 동인에게 치명타를 안기려다 동인의 반격에 직면하는 두 진영 간의 지략대결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에필로그 <24년 후, 드디어 그의 세상이 열리다>에서는 송익필이 세상을 떠나고 24년이 지난 후 광해군 축출을 통해 마침내 인조반정을 일으키며 정권을 장악한 서인 세력을 분석하며, 이들이 송익필과 직간접적 사제관계로 엮여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며, 김장생의 예학, 송시열의 직(直)사상의 원류가 바로 그의 직(直)사상이었으며 서인 세력이 끊임없이 송익필의 신원을 요청해 150년이 지난 영조시대에 양반으로 신분이 복귀되고 다시 150년 후 규장각제학에 추증된 사실을 근거에 둔다.
오늘의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왜 송익필이라는 인물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현대 한국 사회의 분열주의적 경향의 뿌리는 조선 시대, 그것도 선조 시대, 그중에서도 송익필이라고 하는 한 인물을 통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실정치의 폐해에 시달려 정치를 등한시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