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예수, 하늘의 예수 - 산상수훈 강독
주원규 지음 / 대장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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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믿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하고, 즐기고 싶은 것도 못 즐기고, 일주일 내내 일하고 난 후 주일마저 쉴 수 없으니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계곡을 혼자서 가고 있는지, 아무리 힘쓰고 애써도 모든 것이 헛될 뿐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오히려 더 불쌍한 사람들이다. 반면에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이기에 행복한 사람들이다.

산상설교는 산상보훈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예수의 선교활동 초기에 갈릴리의 작은 산 위에서 제자들과 군중에게 행한 설교로서, '성서 중 성서'로 일컬어지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도인 '주기도'도 이 산상수훈에서 연유한다.

일반적으로 이 산상수훈은 윤리적 행위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집약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초대 그리스교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그리스도 교도들의 윤리 행위의 지침이 되고 있다. 그 내용은 유명한 '팔복'을 서두로 하여 사회적 의무, 자선행위, 기도, 금식, 이웃사랑 등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인데, 유대인들의 옛 율법 전통과는 잘 대조되어 나타난다. 끝으로 참된 종교적 신앙생활의 내면적 본질에 관한 가르침이 짤막한 비유로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성서의 가르침을 통해 생명의 양식을 취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가장 고결한 사역이라고 믿어 왔으며, 특별히 영적 상징성이 첨예하게 부각된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은 그 깊이의 심오함이 측량할 수 없을 만큼 기이하고 신비하기에 말씀을 묵상하면 묵상할수록 새로워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듯 심오한 깨달음을 담보하고 있는 산상수훈을 지상의 윤리, 도덕의 차원 속에서만 해석, 적용하려는 시도가 주류를 잠식하고 있는 교회 현실에 대해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어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보다 더 입체적이고 깊은 관점에서 성찰해 볼 수 있는 하나의 토대를 마련해보고자 하여 이 책을 저술했다고 했다.

성경은 오늘날 많은 이들의 관심에선 멀어지고 있으나 본래 성경은 헬라어(희랍어)와 히브리어로 저술된 하나의 문학 작품이다. 성경은 본래 원전의 의미를 세밀히 헤아리지 않고서는 말씀 행간에 담긴 참의미를 깨우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그렇기에 특별히 말씀 한 단어, 한 단어에 혁명적인 재생의 깨달음을 부여하는 산상수훈과 율법, 주기도문을 헬라어 본문을 토대로 강독해가며 그 참의미를 캐내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팔복으로 세속적, 현상적 가치에 매몰되어 버린 여덟 가지 복의 심층적인 의미를 성찰함으로서 성서에서 말하는 복의 참된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2부는 율법의 일점일획으로 율법의 강화나 도덕적 수련의 강박으로 점철되어 있는 주류의 성서 해석학의 한계를 탈피하여 텍스트의 존재론적 차원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원수 사랑과 간음, 살인에 대한 비유 해석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3부는 주기도문으로 예수가 가르친 기도의 범주와 역할, 기도의 지향점의 혁명적 차원의 성찰을 통한 종교행위의 근원적인 패러다임 시프트를 도모하고 있다. 4부는 땅의 예수, 하늘의 예수로 물권화, 권력화 되어 정치와 공포의 이데올르기의 시녀가 되어버린 형식화된 종교의 틀로부터 벗어나 하늘로 상징되는 내재화된 정신의 종교로 회귀되기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성경을 좀더 깊이 연구하고자 하는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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