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바보 예찬 - 당신 안의 바보를 해방시켜라!
김영종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바보>라는 말은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을 얕잡거나 또는 욕으로 이르는 말이다. 더 점잖은 표현으로 좀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등신 또는 팔푼이, 반푼, 반편으로 부르기도 한다. 거기다 밥을 먹는 벌레에 비유하여 식충이라 욕하기도 한다. 이 많은 말들의 공통점은 밥을 담아 둔 그릇에 불과하다는 의미 즉 바꾸어 말하면 밥만 먹을 뿐 사람의 구실은 못한다는 말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고향 마을에는 “순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 때 병을 앓았고, 학교에는 문 앞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이라 동네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가 “바보”, “등신”이라고 불렀다. 누구를 봐도 그저 웃기만 하고, 놀려대도 웃기만 했다. 그는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를 친구로 지냈다. 어느 집을 가든지 일을 해 주었고, 어느 집에서나 먹다남은 음식을 주면 맛있게 먹고는 했다. 그는 누구와도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동네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불렀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는 다 바보이다. 아니 모두가 바보인데도 나만은 똑똑하다는 착각 속에서 남을 무시하고 우쭐대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에서 완전무결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바보 아닌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헤이, 바보 예찬』은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의 내용과 서술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을 통해 그 대상을 교회와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반면, 저자는 사회제도, 특히 자본주의와 21세기 물질문명 아래의 인간들의 삶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김영종은 이 책에서 헛된 지식과 겉치레가 난무하는 세상에 일침을 가한다. 그는 어리석음의 여신인 모리아를 화자(話者)로 등장시켜 어리석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광대 같은 부류의 바보에 비해 똑똑한 체 하는 부류의 지식인이나 현자들을 풍자한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이성 대신 바보가 살아야 모두가 잘 살고 축제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속임수에 불과한 이성의 억압에서 벗어나 누구나 내면에 갖고 있게 마련인 '건강한 바보'를 해방시켜 참된 인간의 삶을 구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보 여신은 부의 신인 아버지와 곡물의 신 외할머니 밑에서 태어나 술의 신의 딸인 ‘만취’와 ‘미치광이의 신’의 딸인 ‘무지’가 먹여주는 젖을 먹고 자랐다.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자존심’, 눈웃음을 치면서 손뼉을 치고 있는 ‘아첨’, 반쯤 졸고 있는 듯 보이는 ‘망각’, 팔꿈치를 괸 채 손을 깍지 끼고 있는 ‘게으름’, 장미화관을 쓰고서 향유를 바르고 있는 ‘쾌락’, 시선이 고정되지 않고 흔들거리는 ‘경솔’, 살이 포동포동하고 얼굴에 기름이 도는 ‘안일함’, ‘미식의 신’, ‘숙면의 신’ 등의 자기 친구들을 소개한다.p.62. 

그러니 여신은 이들의 미덕을 이용해 돈의 신학이 약속하는 유토피아 같은 미래의 헛된 희망 따위에 속지 말고 일단 ‘도전’부터 해보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바보와 미치광이가 가장 행복하다.”p.38. 

이성과 지식의 금자탑 속에서 살고 있는 현자들은 이 책을 읽고 ‘바보’가 되라. 그러면 그 동안 얻지 못한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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