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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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면 독서가 떠오를 만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가을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쓰인 사자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할 수 있어 학문을 탐구하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이 가을에 내가 읽은 책은 <욕망의 배 페스카마>라는 책이다.

 

이 책은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정성문의 소설집인데 문재인 전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페스카마 15호 선상 반란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199682일 새벽 세시 경 사모아 동북방 약 800마일 남태평양의 먼 바다에서 참치조업 중이던 원양어선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페스카마 15호에서 벌어진 이 참극은 세상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선족 6명이 칼과 도끼와 쇠파이프로 11명의 한국인과 인도네시아 선언, 또 같은 조선족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난사해서 죽인 사건이었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선상살인사건이었다.

 

범행 동기는 중국, 인도네시아 선원의 작업이 서툴러서 선장이 반복실습을 해주었으나 터득을 하지 못하자 홧김에 몽둥이로 기합을 주었는데, 선장과 갑판장의 구타에 앙심을 품어오던 중 선장이 이들 교포 선원들에게 배에서 내리라고 하자 이에 격분해서 범행을 일으켰다.

 

페스카마호의 이야기뿐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소설 한 편 한 편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내몰려 있는 자본주의 정글 속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선상반란사건이 일어 난지 27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노동문제에 있어 이렇다 할 진보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컨셉 소설집으로 취업, 노동, 사내 불륜 등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적인 시점에서 바라보고 그렸다. 27년전 선상반란사건 '페스카마'를 표제작으로 뽑은 이유는 그때나 선진국과 한류 등으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지금도 똑같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작가는 과한 노동, 인권유린, 비정규직 등 당시 선상반란사건을 일으켰던 원인들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고스란히, 오히려 더욱 진화된 버전으로 버젓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작가가 페스카마15호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은 사건의 잔혹성과 주범에 관한 미스터리로 인해 지금도 회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스카마15호 사건은 그러한 부분보다는 자본주의적 병폐와 그로 인한 인간성 파괴를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참치잡이 원양어선인 페스카마15호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에 충실한 사실상의 회사로서 사건의 이면에는 성과급 계약, 노동 착취, 인권유린, 비정규직 문제 같은 자본주의적 폐해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직장 갑질을 하얀 개는 피해자의 시각으로 그린 반면, ‘부부젤라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다루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입체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이 유기적 연결 구조를 갖는 것은 결국, 이 소설집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의 풍경이자 우리들이 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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