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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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21일 서울 신림역 부근에서 일어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끔찍한 흉기 난동으로 고작 6분 만에 젊은 청년 3명이 크게 다치고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대전 교사 칼부림 사건, 신림동 공원 강간 살인 등 강력범죄가 연이어 터졌다. 미수에 그친 칼부림 사건들과 테러 예고 게시물까지 감안하면 또 어떤 흉악범죄가 도사리고 있을지 공포감이 엄습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와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도 두렵다고 호소하고, 작은 소동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여 대피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책은 광주MBC 보도국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10년 동안 사건 사고, 범죄, 재해 등을 취재하고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이 누군가 처한 곤경 앞에서 수없이 고꾸라진 어느 저널리스트의 참회록 너머, 끈기를 품은 채 나와 다른 존재를 향한 애정을 끊임없이 발명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기록했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을 비롯하여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면서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중 뉴스를 통해 우리가 보게 되는 고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극적이며, 이색적인 고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221024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노동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는 산업재해로서는 이례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많은 기사들이 노동자가 소스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어떻게 끼었는지, 죽음의 순간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훼손된 신체로 충격을 주고 나서야 대중이 반응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흔한 고통은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된다. 흔한 사고일수록, 어디서나 보이는 사고일수록 우리는 그 고통을 보는 일에 능숙해 지고, 거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문제는 보이는 고통에 주목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고통보여줄 수 없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끼임 사고로 신체가 절단되는 일뿐만 아니라, 고압 전류를 다루는 전기원들이 연달아 백혈병에 걸리는 일에도 관심을 둔다. 스펙터클한고통만 보여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와 연관되지 않은 일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누군가의 애도가 우리의 애도가 되고 결국 우리를 바꿔놓을 수 있도록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은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뉴스를 보고 무엇을 했는지? 타인의 고통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반성해 본다. 단지 고통을 구경만 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끔 하고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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