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카운트다운이 제로를 앞둔 긴박감과 도저히 단념할 수 없는 절실한 소망이 두 가닥의 새끼줄이 되어 나를쥐어짜는 것 같다.나는 그 일이 안 일어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다림을멈추질 못한다. 오늘까지 정상적으로 일을 하자고 했는데도 미스최는 아침부터 작업복 차림으로 자기 짐을 싸고 있다. 이 거리의끝에서부터 이미 철거 작업은 시작되고 있다. - P148
지금까지 한두 사람의 노파 이야기는 어느 친구한테 들은 실제로 있었던 노파들 이야기다.그리고 이 두 사람의 노파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도 없다. 거의비슷한 시기에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 말고는,그런데도 굳이 이 두 노파를 한자리에 모시고 싶었음은 내가 발견한 노파들의 어떤 공통점 때문이다..들은 하나같이 욕되도록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파라든가 할머니라든가 하는 중성적인 호칭이 안 어울리는 강렬한 여자다움을 못 버렸었다. 여자라는 것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나는 차마 그들을 노파라고는, 할머니라고는 못 하겠다. 여자라고밖에는.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중에서 - P92
이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누구에게든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있어서 좋았고 순수한 탐구심도 좋았다. 그러면서도 깊이 파고드는 그 사색력이 좋다.
박완서1931-20111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이나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그해 한국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불혹의나이에 「나목」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1년 향년 8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1980년 단편소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을, 1981년 단편소설 「엄마의 말뚝2]로 이상문학상을, 1990년장편소설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상과 이듬해 이산문학상을수상했다. 1993년 중앙문화대상을, 같은 해 단편소설 「꿈꾸는인큐베이터로 현대문학상을, 1994년 단편소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동인문학상을, 1995년 단편소설 「환각의 나비로 한무숙문학상을, 1997년 장편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있었을까』로 대산문학상을, 1999년 소설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인촌상을, 2001년 단편소설 「그리움을 위하여」로 황순원문학상을, 2006년 호암상을, 2011년금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임마의 밀뚝』『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저녁의 해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것』『그 여자네 집』 『그리움을 위하여』, 장편소설 『나목』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휘정거리는 오후』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오만과 몽상』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서 있는 여자』 『미망』『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작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결정체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연금술적 변환의 기적은 한국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작가는 그의 문학인생 내내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삶을 살았다.
독서의 수준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사색해야겠다.다독, 속독 등 독서를 이르는 의미가 다양한 지금은.자신이 바뀌는 독서라고 부르면 어떨까.
책, 어떻게 읽을것인가.독서의 수준이 곧국민의 수준 - P222
우리 인생 선배의 귀중한 조언에 깊이 감사한다.
그럼에도 만일 이데올로기가 아닌 어떤 사상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휴머니즘이 가능할 뿐이다. 휴머니즘은 언제 어디서나 긍정적으로 용납되며 인류가추구할 올바른 사고방식이다. 마르크스 사상이나 공산주의도 그 자체는 목적이 못 되고 휴머니즘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태어났다가사라질 운명을 갖고 있을 뿐이다.이렇게 나는 일찍이 마르크스에 관심을 가졌다가 마르크스와 공산주의를 등지게 되었다.해방 후, 나는 2년 동안 김일성과 공산주의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상적으로 포기했던 공산주의의 정체를 직접보면서 나 자신의 판단이 정당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김일성의 죽음을 전후해서 북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전해 듣고 간접적으로 보면서 공산 세계의 말로가 생각보다 더 비극적임을 알 수있었다. 우리 겨레의 절반이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광기에 찬 사회로 전락할 줄은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