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말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집에서는 한마디도 안했어. 엄마가 ‘안녕하세요. 나는 한비예요.‘ 
같은 말을 녹음해서 새장 아래 온종일 틀어 놨지. 
다들 시끄럽다고 그만하래도 엄마는 말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어, 
아빠와 할머니가 바깥 일에 바쁜 대신, 
엄마는 집안일과 교육 문제를 자기 담당이라고 굳게 믿거든.
한비는 끝까지 말을 안 했어. 그리고 털을 뽑기 시작했지. 
형한테 물어보니까 앵무새가 스트레스 받아서 자해한 거래. 
엄마다운 교육법이라며 혀를 차더라.
 녹음기에 담긴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새장에 갇혀 털을 뽑는 한비가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난 엄마의 앵무새였으니까."
문수혁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문수혁이 잠시 한비 사진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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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지를 내버려 두고 세 번째 바퀴를 돌러 갔다. 
소나무 숲길을 돌며 두 사람을 봤다. 
특유의 사교성 덕택인지 혹은 약 올리기 비법을 동원한 건지, 경지가 문수혁과 공을 차고 있었다. 
공을 찬다기보다는 뺏기지 않으려 싸우고 있었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농구대에 공 부딪히는 소리 안듣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나는 세 바퀴를 마저 다 돌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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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빈이는  세나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다. 
세나뿐 아니라 여자 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정작 본인은 축구밖에 모르는데 말이다.
 일이 벌어진 건 짝을 바꿀 때였다.
선생님이 앉고 싶은 사람과 앉으라고 했는데 규빈이가 
불쑥 내 옆에 와서앉은 것이다. 
나는 곧장 세나를 보았다. 세나 표정이 안 좋았다.
 그 뒤로 세나는 나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세나의 오해를 풀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세나가 가는 캠프에 신청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축구부 전지훈련에 간다던 규빈이가 그 캠프에 와 있었다.
 세나는 나하데 절교 편지를 보냈다. 
내가 규빈이를 좋아해서 캠프에 따라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세나는 규빈이에게 고백하려고했는데 내가 망쳤다고 했다. 나는 규빈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 애를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했지만 세나는 들은 척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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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이제야 진실을 깨달았다. 
엄마는 툭하면 착한 딸, 착한 딸 그러는데 그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세나를 보면 알수 있다. 
착한 거랑은 거리가 먼 세나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갖고 싶은 거 다 갖고 산다. 
나는 세나에 비해 뚱뚱하고 안 예쁘고 그리고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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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앵무새는 잡지 못했다. 
아빠 귀와 손에 피가 흥건했다.
아빠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와 함께 응급실로 갔다.
텅 빈 거실엔 앵무새 깃털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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