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말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집에서는 한마디도 안했어. 엄마가 ‘안녕하세요. 나는 한비예요.‘
같은 말을 녹음해서 새장 아래 온종일 틀어 놨지.
다들 시끄럽다고 그만하래도 엄마는 말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어,
아빠와 할머니가 바깥 일에 바쁜 대신,
엄마는 집안일과 교육 문제를 자기 담당이라고 굳게 믿거든.
한비는 끝까지 말을 안 했어. 그리고 털을 뽑기 시작했지.
형한테 물어보니까 앵무새가 스트레스 받아서 자해한 거래.
엄마다운 교육법이라며 혀를 차더라.
녹음기에 담긴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새장에 갇혀 털을 뽑는 한비가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난 엄마의 앵무새였으니까."
문수혁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문수혁이 잠시 한비 사진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