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소박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확인하신 인생이 행복해보입니다.

나는 금년에 봄을 세 번 맞이한 셈이다. 첫 번째 봄은 부겐빌레아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던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에서였고, 두번째 봄은 산수유를 시작으로 진달래와 산벚꽃과 철쭉이 눈부시도록 피어난 조계산에서였다. 그리고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무리지어 피어난 민들레와 진달래 꽃 사태를 맞은 것이다. 올 봄은 내게 참으로 고마운 시절 인연을 안겨 주었다.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말이 진실임을 터득하였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불일암에서 지낸 몇 년보다도 훨씬 신선하고 즐겁고 복된 나날을 누릴 수 있어 고마웠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면 그런 오두막에서 이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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