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에 대한 상념이 넘 예쁘다. 항상 이렇게 살고 싶다.

남녘에는 지금쯤 매화가 피어나겠다. 매화가 필 무렵이면, 꼬리를 까불까불하면서 할미새가 자주 마당에 내려 종종걸음을 친다. 할미새 소리를 듣고 있으니 문득 매화 소식이 궁금하다.
승주 선암사의 매화가 볼만하다. 
돌담을 끼고 늘어선 해묵은 매화가 그곳 담장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고풍스러운 자태가 의연하고 기품 있는 옛 선비의 
기상을 연상케 한다.
 묵은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면 그 은은한 향기가 나그네의 발길을 아쉽게 한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국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 한 분은, 해마다 매화가 필 무렵이면 부인을 동반하고 남도의 매화를 보러 간다. 그리고 그 길에 우리 불일암에 들러 밤이 깊도록 매화에 대한이야기를 나눈다. 
꽃을 사랑하고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우리들 자신도 얼마쯤은 꽃이 되어 갈 것이다. 
광양 어디엔가 수만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드넓은 농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올봄에 한번 가 보고 싶다. 할미새 소리를 듣다가 그 연상 작용으로매화에 이끌리고 말았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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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박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확인하신 인생이 행복해보입니다.

나는 금년에 봄을 세 번 맞이한 셈이다. 
첫 번째 봄은 부겐빌레아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던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에서였고, 두번째 봄은 산수유를 시작으로 진달래와 산벚꽃과 철쭉이 눈부시도록 피어난 조계산에서였다. 그리고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무리지어 피어난 민들레와 진달래 꽃 사태를 맞은 것이다.
올 봄은 내게 참으로 고마운 시절 인연을 안겨 주었다.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말이 진실임을 터득하였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불일암에서 지낸 몇 년보다도 훨씬 신선하고 즐겁고 복된 나날을 누릴 수 있어 고마웠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면 그런 오두막에서 이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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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각, 새로운 눈이 뜨이기를.

법정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합한 후 인간의 선의지를 고뇌하다가 대학 3학년 1학기 때 중퇴하고 진리의 길을 찾이 나섰다. 
1956년 당대 고승인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같은 해 7월 사미계를 받은 뒤..
1959년 3월 통도사에서 승려 자운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어 1959년 4월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승려 명봉을 강주로 대교과를 졸업했다.
그 뒤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여러 선원에서 수선안거했고,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및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1975년 10월에는 송광사 뒷산에 직접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살았다. 1994년부터는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끄는 한편,
1995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다가, 2003년 12월 회주직에서 물러났다.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으며, 2010년 3월11일(음력 1월 26일) 입적했다.
수필 창작에도 힘써 수십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는데, 담담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정갈하고 맑은 글쓰기로 출간하는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 작가로도 문명이 높다. 대표적인 수필집으로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 소리》, 《산방한담》, 《텅 빈 충만〉, 《스승을 찾아서》, 《서 있는 사람들》, 《인도기행), 홀로 사는 즐거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등이 있다. 그 밖에 《깨낮음의 거울》, 《다니다》, 《불타 석가모니》, 《진리의 말음》, 《인연 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의 역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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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해도 자기희생은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가족과 친구)에게도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주며, 
나의 고통이 타인의 고통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면
(다시 말해, 진짜로 별개의 ‘자아‘란 없다면) 
나의 고통이 늘어난다고 세상에 득이 되는 건 없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자기희생을 하는 이들의 좋은 의도를
의심할 여지는 없고(바른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할까?), 
이러한 모순때문에 자기희생은 근본적으로 역설적일 수밖에 없으며 독특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이 골치 아픈 주제가 거듭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보니 이번 달에 이 주제를 다시 다루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머릿속에서 떼어내고 차분히 앉아 정신을 가다듬는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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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8월이 저문다. 이제 일일 명상 일 년 프로젝트의 3분의 2를마무리한다. 이번 달에 잘한 것을 꼽자면, 명상을 꾸준히 했고 약간 더 차분해졌고 나의 정신 상태를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 못한점을 꼽자면, 내가 별로 충분한 발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느끼는지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이 일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쏟는 반면 적절한 영성 수련이나 관상 수련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걱정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자주 걱정에 대해 걱정한다. 그게 더 걱정해야 할 이유일까?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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