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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
박준기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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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시 내려올 것을 왜 그리도 힘들게 올라가나요?", 목숨을 담보로 전세계의 험준한 산을 등반하는 산악인들에게 품는 의문이다. 산 정상에 금은보화가 묻혀있는 것도 아닌데 기어코 등정을 하는 이들이 나에게는 별나라사람처럼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를 읽고 그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는 알래스카 매킨리 등정기와 아이디타로드의 개썰매 시합에 관한,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알래스카에 대한 정보가 흔치 않았던 90년대 후반 저자는 매킨리 등반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가 알래스카 매킨리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꼭 만나보고 싶었던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가 묻혀 있는 산이기 때문이었다. 매킨리는 에베레스트보다는 낮지만 엄청난 강풍과 폭설, 전문 셀파의 도움 없이 올라야 하는 점 때문에 많은 산악인과 모험가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가는 위험한 산이라고 한다. 매킨리 등반을 마치고 알래스카에 대해서 좀 더 알고자 저자는 홀로 남아 일부러 알래스카의 오지 속 마을을 여행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아이디타로드의 개썰매 시합은 단숨에 그를 매료시킨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이디타로드의 개썰매를 부활시킨 조 레딩턴과 만나기 위해 꼭두새벽에 그의 집을 찾아가는가 하면, 그 이듬해에는 홀로 개썰매 시합을 취재하러 알래스카에 다시 방문하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저자의 체험을 기본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는 참으로 생생하다. 게다가 사진작가의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사진들을 수록하고 있다. 매킨리를 오르며 혹독하게 추운 영하의 날씨와 점점 높아지는 고도 때문에 한계에 봉착하는 저자의 모습과 따뜻한 커피를 나눠 마신 미국인 산악인들이 며칠 후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불행한 사건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인간이 왜 산에 오르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한다. 그저 자신들은 한치 앞을 알수 없는 인생길을 걷다가 만난 것이 "산"이라고 한다. 눈앞에 "산"이 있기에 오르는 것이고 등정 후에는 무언가 달라진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산(인생길)"은 그저 알래스카에 있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나에게 깊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의미심장한 문구였다.
인간은 누구나 안개 속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다. 알래스카의 매킨리를 등반하는 이들은 그곳이 자신의 인생길 중 한 부분이기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의 알래스카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고민해야 할 과제를 받아 들고 『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를 조심스레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