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친한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책상위에 놓여진 흑인 아이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자신이 매달 몇 만원씩 후원하는 아이라며 그 아이로부터 받은 엽서 몇 장을 꺼내서 내게 보여줬다. 삐뚤 삐뚤거리지만 꾹꾹 눌러쓴 노력이 역력한 몇 줄의 편지, 그 중 "I am happy." 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하얀 이를 씨익 드러내고 해맑게 웃고 있는 흑인 아이의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과연 이 아이는 뭐가 그리 행복한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나의 친구도 그 아이처럼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즐거워하는 친구도 해맑게 웃던 아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아이를 다시 생각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I am happy."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기독교 국제구호 개발기구 월드비전의 60주년을 맞아서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쓰여지는 지에 대해서 상세히 알리고 있는 작품이다. 취재에세이의 형식을 기반으로 글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구호현장에 파견된 작가의 눈을 통해 딱딱하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볼리비아, 보스니아, 네팔, 베트남, 케냐, 에티오피아를 돌며 만난 사람들의 무겁고 암담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형식이건만 내용은 절대 편안하게 읽혀지지 않는 아이러니를 독자는 경험하게 된다. 그만큼 그들의 일상은 궁핍하다 못해 처참한 실정이었다. 구호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받아야 할 사람들이 세계 각처에 산재해있다니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도입부에 작가는 자신의 시니컬한 문체가 그들을 표현하기에 부적합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가는 그들의 아픈 현실을 접하고 주체할 수 없는 연민과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진심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나는 그들 중 특히 수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소녀 노르마가 잊혀지지 않았다. 다리를 다쳐서 꼬박 2년 동안 집안에서 누워만 있던 노르마가 후원단체를 통해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후 한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어깨가 좌우로 흔들리며 불안하게 걷고 있지만 노르마는 마냥 기쁘다고 말한다. 친구도 만날 수 있고 학교에도 갈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50분이나 떨어진 이웃학교로 통학을 해야 하는데 장애가 있는 노르마로서는 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노르마가 그 거리를 걷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막막한 미래는 소녀의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삼십이 넘은 남자는 소녀가 너무 안타까워 몰래 눈물을 훔치는다가 소녀의 마음이 불편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작가의 눈물을 소녀는 모른 척해준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에게 "다 큰 어른은 우는 거 아니예요."라고 말해준다. 소녀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잊고 현재를 보내며 앞으로 미래를 기대하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노르마의 미소 띤 얼굴이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다.

월드비전에 종사하고 있거나 후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작가는 "바보"라고 지칭한다. "바보"들이 세상을 순식간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직한 "바보"들은 더디게라도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으로 변화하길 소망한다. 나도 세상의 진심을 통하게 만드려는 "바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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