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살고 있는 국가가 지금 테러집단의 타깃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포함되고 있다면? 이러한 가정 하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작품의 주제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물음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시국(북의 안평도 도발)과 맞물려있는 상황이 『옥상 미사일』의 주된 배경과 많이 닮아 있어 나는 작가가 설정해 놓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으로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

미술과제를 하러 우연히 옥상에 올라간 미술과 소녀 아카네는 교내에서 불량학생으로 유명한 싸움짱 쿠니시게, 유유자적하게 묵언수행을 하고 있는 자칭 관찰자 사와키, 미스터리 살인자라는 소문의 미소년 히라하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얼떨결에 '옥상부'의 회원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언제일지 모를 미사일 공격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옥상부' 아이들은 미사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하지만 쿠니시게와 사와키가 살해당한 사람의 현장 사진과 주인잃은 권총을 들고 옥상에 올라온 후부터 그들은 사진과 권총을 옥상의 평화를 저해하는 사건으로 간주, 사건의 범인(킬러)을 찾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들의 사건이 여러 범죄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 사건은 눈덩이처럼 부풀어져서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해결될 때까지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옥상부' 아이들은 이 사건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까! 『옥상 미사일』은 아이들이 사건을 추적하는 발자취를 따라서 가볍고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옥상 미사일』은 그 범주를 한 곳으로 규정짓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성장소설, 추리소설, 모험소설, 사회소설 등 여러분야가 섞여 있다. 작가 야마시타 타카미츠는 상당히 많은 사건들을 얽히고 설킨 형태로 구조화시켰다. 물론 각각의 사건들을 제대로 배치해두고 그것들의 연결고리를 깔끔하게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구성상의 아귀가 잘 들어맞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너무 쉽사리 해결되어 버린다거나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재한 점은 고스란히 내용상에서의 결함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결함은 범인이나 악인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인 미스터리(신비주의)를 무참히 날려버린다. 당연히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인물은 그저 그런 악인으로 밍숭밍숭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연결되는 뒷사건에 대해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소설적 재미를 잘 붙잡고 있다는 것이 크나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척척 들어맞히는 작가의 탁월한 구성실력이 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이 떠올랐다. 도쿄가 미사일 공격 사정권 안에 포함된다는 사실만으로 작품 속의 사람들은 집도 직장도 버리고 도쿄를 피해 최대한 멀리 피난을 떠난다. 또한 각종 범죄를 행하며, 불안한 미래에 걸맞은 부화뇌동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옥상부' 아이들은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상황과는 무관하게 평소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던져진 일을 수습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나는 작가가 유쾌한 소설 속 아이들을 통해서 스피노자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옥상 미사일』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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