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 문화 관찰자 이상은의 뉴욕 이야기
이상은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독특한 감성을 뿜어내는 보헤미안 이상은의 작품이니만큼 평범한 여행서적은 아닐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는 내가 상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훨씬 멋진 작품이었다. 이상은 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뉴욕의 모습은 평소 생각했던 뉴욕에 대한 편견을 산산 조각낼 정도로 색다른 감성의 뉴욕이었다.

자신의 30대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과거의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이상은이 선택한 곳은 뉴욕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뉴욕이 아니라 화려한 불빛 이면에 숨겨진 뉴욕을 알리고자 나선 것이다. 그녀는 휘황 찬란한 광채의 거리가 아닌 가난한 예술가의 뒷골목을 거닐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스타보다는 예술가라는 이름이 걸맞는 이상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나도 마치 보헤미안이 된 듯 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또한 고즈넉하고 포근한 것과는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뉴욕의 모습은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설지만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디밴드 '요 라 텡고'와의 간단한 인터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신생 디자이너와의 이야기 등 예술 문화적인 접근은 기존의 여행서적과 다른 노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뉴욕에서』일지라도 기본적인 여행서가 지녀야 할 본분을 영리하게 지켜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명 뮤지션과 뉴욕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디자이너, 독서가, 영화감독 등에게 추천받은 명소와 그녀가 사랑하는 상점, 박물관, 레스토랑, 쇼핑몰, 카페, 서점 등의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앞으로 뉴욕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상은은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가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된다. 뉴욕에서의 첫날, 어리바리한 모습의 여행자였던 이상은은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뉴욕의 거리에 스며들게 된다. 더 이상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뉴욕과 친밀해져 있는 베테랑 여행자의 향기가 묻어난다. 관광객을 거부하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곳곳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여행자로 변신한 그녀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올 초에 나는 이상은의 14집 스타더스트 음반을 만났었다. 기존의 자신의 음악 안에서 일렉트로니카의 전자음을 적절히 접목시킨 그녀에게 나는 환호를 보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성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 배경이 매우 궁금했었다. 그리고 나의 궁금증은 『뉴욕에서』를 읽으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녀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뉴욕의 문화적 다양성이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으로 넘쳐나는 뉴욕은 그들의 다양성을 순순히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편견 없는 유일한 장소이다. 우리는 그동안 뉴욕에 대해서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세련됨과 화려함은 단지 뉴욕의 1%의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그 1%가 전부인양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 이상은은 나머지 99%의 다른 뉴욕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그녀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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