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샤크
베르너 J. 에글리 지음, 배수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의 삶은 처참하다. 특히 약자인 아이들의 삶은 처참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다. 우리는 수많은 언론매체들을 통해서 이미 그들의 비극을 익히 들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고통과 상처를 제대로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는 머나먼 거리상의 이유도 한 몫을 하지만 마음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리라. 간혹 뉴스에서 전해오는 소말리아 해적의 우리 선박납포 소식은 오히려 그네들에 대한 반감을 키우게 한다. 언론을 통한 빈번한 노출 덕분에 아프리카 아이들의 고통에 대한 체감지수는 상당히 높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의 아픔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블랙 샤크』는 영국 소년이 소말리아 소년소녀와 만나게 되면서 점차 알아가는 아프리카의 실상을 다룬, 결코 가볍지 않은 성장소설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우울한 토미는 아버지의 친구인 캡틴 루니의 엠마 루 호에 주방보조로 승선하게 된다. 항해를 하던 중, 토미는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누리아를 발견하고 에이미와 함께 그녀를 구한다. 그리고 소말리아 해안 근처에서 블랙 샤크 해적단의 공격을 받는다. 게다가 캡틴 루니와 에이미는 몸값요구의 인질로 해적에게 납치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나는 『블랙 샤크』를 읽으면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블랙 샤크의 이중성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미와 에이미에게 블랙 샤크는 악명 높은 악당일 뿐이다. 만약 오마르와 타렉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그저 해적과의 모험을 다룬 한 소년의 성장소설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 샤크』에는 또 다른 주인공 오마르와 타렉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하게 된다. 블랙 샤크를 만나고자 하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소년은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무장 군인들을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블랙 샤크는 정의의 사도이다. 블랙 샤크는 소말리아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영웅이자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이처럼 토미와 에이미에게는 증오의 대상이, 오마르와 타렉에게는 존경의 대상인 블랙 샤크! 과연 그는 선(善)일까? 악(惡)일까?

결론부터 말하지만 그는 선과 악의 경계선 위 애매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블랙 샤크는 단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는 결코 소말리아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정부군의 폭압 속에서 희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사기꾼이다. 나에게도 토미와 에이미가 그랬던 것처럼 블랙 샤크는 자만심으로 가득 찬 독재자, 악이다. 하지만 정부군의 폭격으로 해적단의 은신처가 불바다가 되었을 때에는 그토록 가증스럽던 블랙 샤크와 그의 부하들이 애처롭고 불쌍하게 여겨져 나는 약간의 당혹감마저 들었다. 이 순간에는 분명 오마르와 타렉의 시선으로 그들을 선으로 바라본 것이 분명하다.

『블랙 샤크』는 값싼 동정심을 얻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 비참한 소말리아와 이와 연관된 국제정세를 알리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지 않으려고 작가는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풀어가고 있지만 그들의 참혹함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오래전 강대국의 이권다툼으로 조각난 아프리카는 현재까지도 강대국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블랙 샤크의 이중성은 아프리카의 역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생산된 것이 바로 선도 악도 아닌 "블랙 샤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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