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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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를 태워버리고 마는『금각사』는 미시마 유키오의 참으로 멋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것을 소중히 간직하지 않고 없애버리는 인간의 자학적 심리에 대해서 이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성향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 미시마 유키오는 극우주의자로 변모한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그는 자위대 궐기 장소에서 할복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던 차, 오랜만에 그의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바로 『부도덕 교육강좌』이다. 이번에는 기존의 도덕 교과서를 비웃는 듯한 미시마 유키오의 독설과 냉소를 만날 수 있었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1960년대 여성주간지에서 연재하던 작가의 글을 모아 놓은 작품이다. 나는 먼저 '부도덕 교육강좌' 라는 제목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냉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을 많이 하라', '동정은 한시라도 빨리 버려라', '친구를 배신하라', '은혜는 잊어라', '남의 실수를 보고 웃어라', '매사에 투덜거려라' 등등의 소제목들은 그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간단하게 뒤집어 놓는다. 일단 1960년대에 쓰여진 에세이 형식의 글은 50년이 흐른 지금 현 시점에서 읽어도 전혀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매우 신기하고 놀라웠다. 착하다는 말이 더 이상 칭찬이 아닌 이 시대를 작가는 발빠르게 미리 예측이라도 한 것 같았다.

세상을 살다보면 도덕과 위선의 구분이 애매모호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구별의 모호함을 때로는 이용하기도, 때로는 이용당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미시마 유키오는 이와 같은 점을 탐탁지 않게, 마땅찮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부도덕'이라는 단어을 차용해 전면에 내세워서 '도덕'을 교묘히 가려놓는 방법을 택했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겉으로는 껄렁대며 '도덕'에 침을 뱉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도덕에 가린 위선에 대해서 질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는 도덕 교과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노선과 수단만이 다를 뿐이다.

대부분의 도덕 교과서를 표방하는 작품들은 아주 고리타분하거나 심심해서 하품이 절로 나는 것과는 달리 『부도덕 교육강좌』를 읽으면서 나는 미시마 유키오의 촌철살인 같은 이야기들 덕분에 매우 즐거웠다. 하지만 나는 『부도덕 교육강좌』의 모든 '부도덕'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가끔씩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다소는 해악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도덕'은 과감하게 버리고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미시마 유키오는 상당히 극단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게다가 이러한 성향은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독자에게 자칫 위험요소로 다가올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미시마 유키오가 추구하는 이상을 같은 평행선 위에 놓여 있다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부도덕 교육강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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