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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시절 고전문학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다. 마음과 시간이 여유롭던 나는 많은 고전에 도전했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은 나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 작품에 여러 번 도전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에게 단테의 『신곡』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무거운 완역본이 아닌 가벼운 요약판 『단테의 신곡』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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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은 그림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많은 삽화가 담겨 있다. 이 삽화는 19세기의 유명 판화가 구스타브 도레의 작품이다. 실력과 재능뿐만 아니라 고전에 대한 열정으로 그려진 삽화는 『단테의 신곡』에서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100%이상 충실히 수행해낸다.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는 이 작품에서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많은 고전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인 『신곡』은 나열된 단어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단테가 반대파의 음모로 인해 피렌체에서 쫓겨나 방랑하면서 집필한 작품이 바로 『신곡』이다. 게다가 1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나뉘어져 있고 많은 부분을 지옥편에 치중되어 있다. 아마도 단테는 자신을 축출한 이들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단테는 치졸하지 않다. 그는 지옥편에서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작품에서 그들을 지옥에 던져버리지만 그들을 비굴하게 표현하지는 않는 장면을 여러 번 찾아볼 수 있다. 『신곡』을 집필하는 세월동안 분명 단테는 그들을 용서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면모를 드러낸다. 타인에게 해를 가한 죄를 가장 엄히 다스린다는 점이다. 단테가 그리는 지옥의 최하층에서 그들은 죄의 깊이만큼 형벌을 받고 있었다. 『신곡』은 단테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탄생된 지옥편이 나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14세기의 천재 작가, 19세기의 판화가, 그리고 21세기의 아티스트가 만나서 탄생한 『단테의 신곡』은 재미있고 친절하다. 어렵기만 하던 『신곡』을 쉽고 간결하게 요약해서 독자에게 선보인다. 매번 포기만 하던 이야기의 큰 줄기를 대략적으로 그릴 수 있게 만든 이 작품에 고마울 따름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작품은 읽어본 사람보다 읽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아무래도 함축적인 의미를 많이 포함한 글이 난해해 중도 포기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신곡』을 처음 접하는 이와 중도 포기한 이들에게 친절한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요약판 『단테의 신곡』을 읽어본다면 완역본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