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비밀 - 어느 위대한 과학자가 남긴 연금술에 관한 위험한 두뇌게임
큐르트 에우스트 지음, 손화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나의 미움을 원 없이 받았던 "뉴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는 암호 같았던 공식들을 증명해 낸 뉴턴은 나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내는 원망의 표적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대학진학 후, 나는 더 이상 지긋지긋한 뉴턴의 공식들에서 해방되었고 뉴턴과 공식들은 나의 관심 영역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다가 몇 달 전, 우연히 읽게 된 천문학서적에서 나는 이 위대한 학자와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되었다. 뉴턴은 꽤나 소심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증명해 낸 이론을 경쟁자에게 빼앗길까봐 일부러 발표를 하지 않고 숨겼다고 한다. 천재가 아닌 인간 뉴턴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 절대적인 흥미가 생겼다. 이것이 내가 『뉴턴의 비밀』을 선택한 이유이다.

괴팍한 수학과 교수 에벤은 전부인 마이의 죽음을 전해 듣는다. 게다가 갑작스런 마이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사실에 에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마이의 남편 핀 에릭을 통해 건네받은 유서를 읽고 에벤은 그녀의 죽음 뒤에 '무언가'가 숨어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낸다. 그리고 에벤은 그 '무언가'를 찾으러 파리로 떠난다. 마이의 유서를 필두로 하여 그녀의 행적을 쫓아가는 에벤은 낱말퍼즐을 풀어가는 것처럼 단서들을 하나 둘씩 수집한다. 또한 마이가 앞으로 출판예정인 뉴턴관련 책을 집필하기 위해 '뉴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과 만나게 된다. '뉴턴 프로젝트'는 뉴턴이 남몰래 연구하던 연금술과 그 결과물을 찾는 것이다. 에벤은 마이가 곳곳에 숨겨놓은 암호를 해독하면서 감춰진 진실의 곁으로 한발 한발 다가선다.

『뉴턴의 비밀』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작품은 뉴턴의 이야기보다는 마이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 에벤의 추리에 집중된 작품이었다. 책을 읽기 전 추리보다는 뉴턴의 이야기에 기대를 걸었던 나는 이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하지만 한 장의 유서를 가지고 출발한 진실찾기 게임은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 나의 안타까움은 금세 잊혀졌다. 평범치 않은 정신세계를 소유한 에벤은 그만큼 평범치 않은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수에 관해서 천재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숫자를 이용하여 추리하거나 숫자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재미있는 숫자이야기가 등장하니 꼭 체크해두면 좋을 듯싶다.

때로는 진실을 쫓아가는 에벤의 시점으로, 때로는 뉴턴의 비밀 공식을 찾는 마이의 시점으로, 때로는 연금술에 심취한 뉴턴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갖게 만들어 책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작품을 견고하게 다져준다. 또한 후반부에 밝혀지는 범인이 누구인지 용의자를 선별하기가 어렵다. 이는 작가가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에게 용의자가 될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뉴턴의 비밀』은 내용면이나 구성면에서 시종일관 긴장감과 호기심이 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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