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유쾌한 작품을 읽은 듯싶다. '하하하'가 아닌 '큭큭큭'거리는 웃음이 튀어나와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를 읽는 동안 불가항력적으로 자꾸 어깨가 들썩였다.

로마의 기사단 소속으로 생리학자인 폼포니오는 신비의 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지혜를 가져다 주는 물을 찾기 위해 이 물, 저 물을 퍼먹다보니 폼포니오의 뱃속은 항상 전쟁 중이다. 전쟁의 표식은 바로 방귀, 폼포니오의 체념은 말이 아니다. 방귀대장 폼포니오는 어느덧 나사렛 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나사렛 마을에 입성한 후, 깜찍하고도 절박한 '의뢰'를 받게 된다.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의 살인 누명을 벗겨주라는 것이다. 무일푼인 폼포니오는 소년의 의뢰비에 홀랑 넘어가 사건을 수락하게 된다. 이제 방귀쟁이 탐정, 폼포니오의 좌충우돌 활약이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독자는 사건을 의뢰한 소년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 소년은 '예수'이다.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는 소년 예수, 요셉, 마리아 라는 종교적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보수적인 면이 강한 종교의 인물과 이야기를 패러디하자면 위험요소가 다분할 수밖에 없다. 일단 작가의 고향, 스페인은 가톨릭을 종교로 삼는 이들이 90%이상인 가톨릭국가라 할 수 있다. 나는 『다빈치코드』에 대해 반대하던 교황청과 과격한 종교단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를 읽다보면 작가가 '예수'를 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열성적인 기독교인은 아니다. 부모님의 성화 때문에 어쩔수 없이 기독교인이 된 날나리 기독교인에 가깝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성경을 공부해온터라 비기독교인 보다는 성경의 교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이런 내가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눈살을 찌푸릴만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는 聖人이 아닌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잘 맞춘, 제대로 된 패러디 소설이었다.

탐정이 활약하는 소설은 독자도 탐정과 함께 추리할 수 있어서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탐정소설, 즉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폼포니오도 일단은 탐정이다. 하지만 그가 범인을 찾아가는 데 쫓아가는 발자취는 조금 지루하다. 질질 끌다가 한순간에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아쉬웠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폼포니오의 방귀와 그의 익살 덕분에 그나마 지루함을 달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의 제목만 보면 종교서적으로 혼동할 수 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을 집어들었다가 내려놓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종교에서 소재를 빌려 왔을 뿐 유쾌하게 큭큭대며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제목만으로 작품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방귀대장 폼포니오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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