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마녀'는 어떤 존재일까? 먼저 어두컴컴한 지하, 화덕 위에 걸려놓은 큰 솥이 떠오른다. 펄펄 끓는 솥 안에 상상하기에도 유쾌하지 않은 것들을 집어넣고 막대기로 휘휘 젓고 있는 검은 옷의 음침한 노파가 어릴 적 내가 상상하는 '마녀'였다. 그러나 해리포터 시리즈의 귀여운 헤르미온느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 소녀마녀 키키 등 밝은 빛을 발사하는 마녀들을 만난 후에는 꽤나 긍정적인 존재로 탈바꿈되었다. 마녀가 이젠 더 이상 나에게는 공포의 존재가 아닌 상태에서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을 펼쳤다.

주인공 코니는 이제 막 박사자격시험에 통과한 대학원생이다. 그녀는 어머니 그레이스의 부탁으로 여름 방학 때 외할머니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집을 적당한 사람에게 팔기 위한 그레이스의 계획에 의해서 코니가 얼떨결에 집안 정리정돈을 떠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집안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성경책과 그 속에 들어있던 열쇠는 코니의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하지만 집안 여기저기를 찾아봐도 열쇠에 맞는 구멍은 찾을 수 없다. 열쇠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코니는 양피지에 적힌 '딜리버런스 데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촉각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코니는 '딜리버런스 데인'에 대해서 추적을 시작하게 된다.
 

1692년 세일럼에서는 실제로 마녀사냥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17세기, 과학혁명이전의 시대이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예측불가능하며 절대자인 신이 행하는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시대였다. 세일럼 마을 교구의 목사 딸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리자 악마가 마을에 침투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찌 보면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했을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몇 달 간 수백 명이 마녀로 고발당하고 스무 명에 달하는 무고한 사람들이 교수형에 처해진 것은 무모한 다수, 집단의 광기의 비극적인 결말이다.
세일럼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탄생된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은 허구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재가 곳곳에 등장한다.
샘이 발견한 토지경계지표, 악마의 주술을 밝혀내기 위한 마녀케이크, 마녀재판 희생자의 이름 등등, 작가는 최대한 사실적인 소재를 이야기에 집어넣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 흥미 위주의 소설의 범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서술된다. 과거의 이야기는 코니가 '딜리버런스의 레시피'를 찾으면서 얻게 되는 단서와 연관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과거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 교차된다. 하지만 독자에게 혼잡함을 가져다 줄 정도는 아니다. 단지 작가는 상당히 "묘사"에 집착하는 듯싶다. 필요이상으로 세세하고 긴 묘사는 책을 읽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되었다. 이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녀의 필수 아이템, 원뿔 형태의 챙이 넓은 모자(헤닌)는 15세기에 유행한 여성용 모자였다고 한다. 중세 말기 중산층 여자들이 흔히 쓰던 마법과는 무관한 모자가 마녀의 상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한 시대에서 통용되었던 진실이 다른 시대에서 통용되지 않는 경우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최첨단의 과학시대인 지금도 다른 형태로써 '마녀사냥'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마녀사냥'도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처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소설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