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애 - 파국의 사랑
김은희 지음, 류훈.권진연 각본.각색 / 피카디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을 가지려는 남자와 사랑을 지키려는 남자.
그리고 운명의 사랑을 향한 한 여자.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비밀애』.
작가는 그 어느 누구도 사랑에 대해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시종일관 외치는 것 같았다.

진우와의 결혼생활에 마냥 행복하던 연이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사고로 인해 남편 진우가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연이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진우는 사라져버리고 없다. 남편이 '행복'을 몽땅 짊어지고 무의식의 세계로 날아가 버린 후, 연이의 생활은 무미건조해졌다. 기한이 없는 절망에 지쳐가던 중, 또 다른 진우가 나타난다. 진우와 꼭 닮은 쌍둥이 동생, 진호였다. 진호의 등장은 연이의 마음을 주체 없이 심란하게 만든다. 그리고 진호와 연이는 가지 말아야 할 길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까지의 대략적인 내용은 그동안 자주 접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사랑이야기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밀애』라는 작품에 별다른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즐겨듣는 영화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비밀애』에 대한 여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비밀애』는 반전의 반전으로 나의 관심에 보답해주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진우의 편이었다. 반전이 드러나기 전에도, 그 이후에도 나는 진우가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다. 혹자는 사랑이 찾아오면 그 이전의 사랑을 과감히 버릴 수 있다고들 하지만 나에게 그들의 주장은 한낱 변명거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럼 그 다음 사랑이 또 온다면 지금 사랑을 버릴 것이냐고. 인간이기에 항상 익숙한 것에 안착하고자 한다. 하지만 실상은 익숙한 것에 쉽게 질려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연이에게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연이의 상황이 특수한 경우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진호와의 치명적인 사랑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연이가 자신을 업고 뛴 사람이 진우인지 진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처럼 그녀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그녀마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비밀애』는 영화화된 소설이다. 그래서 나처럼 영화 『비밀애』로 인해 원작소설을 접하게 된 독자들이 많으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영화화된 소설이라 서비스 차원에서 책의 뒷부분에는 영화 촬영장소와 이미지컷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촬영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을 다 읽은 후에 천천히 읽어보고, 첨부된 스틸컷은 책을 읽기 전에 봐두면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은 그 누구도 확신해서도 안 되며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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