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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철학
마시모 도나 지음, 김희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술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술과는 먼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술'이라는 단어는 불필요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가끔 술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캬~~! 시원하다", 라고 외치는 친구 녀석들을 볼 때면 나도 그 '시원함'을 간절히 느껴보고 싶어진다. 여태 나의 자그마한 소망은 실패의 연속이었으며 아마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자리잡고 있다.

『디오니소스의 철학』은 소크라테스 이전 고대시대부터 현대철학까지의 '술'에 대한 접근, 술과 철학의 이항식에 대해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이 주름잡던 시대에는 "술"의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고 한다. 한계를 넘어가 본 사람이야말로 진정 한계를 규정지을 수 있다고 한다. 음주의 한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술고래, 소크라테스는 술이 사상과 철학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규정한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도 스승과 같은 의견이라는 사실에 나는 자못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보편적인 우리들의 생활을 들여다보자. 어떤 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생활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음주가무"이지 않던가! 물론 사상과 철학을 논하는 것이 현대인의 목표와 그 범주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중이 요구되는 것이 같다는 가정 하에서 '술'은 집중을 쏟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당시 고대 철학자들은 술을 철학에 다다르며 습득하는 길에 긍정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그 후 중용의 대명사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에 따라서는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적정선을 넘었을 때는 술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철학에 들어와서는 철학과 술의 이항식에 대한 판도는 그 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술'은 긍정적 시선보다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20세기 철학자들은 각자 '술'에 대해서 자기 나름의 다양한 시점을 내보인다.
하지만 결국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철학가들의 주장은 하나로 모아진다. 술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은 크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더 이상 기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술을 즐겨야 하되 술이 인간을 즐기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적절할 듯싶다.
『디오니소스의 철학』, 이 작품은 나에게 꽤 난해했다. 첫 장을 펼쳤을 때, 이 작품을 수용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나아가다보니 막막한 심정은 금세 날아가 버렸다. 『디오니소스의 철학』은 금방 몰입이 되어서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조금은 어렵지만 재미있는 철학과 술에 대해 논하는 『디오니소스의 철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