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해던의 소문난 하루
마크 해던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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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문난 하루'는 조지, 진, 케이티, 제이미의 얽히고 설킨 모든 복잡다단한 것을 바로 잡아 준 특별한 날이다.

조지는 은퇴를 한 지 얼마 안 된 평범한 가장이다. 어느 날 조지는 엉덩이 피부의 상처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상처를 피부암의 전조증상이라 간주해버린다. 머릿 속에 온갖 고민거리가 포화상태로 담겨 있어 그는 괴롭기만 하다. 여차저차 의사에게 엉덩이 상처를 보여줬는데 의사는 단순한 습진으로 처방한다. 의사가 영 미덥지 않았지만 조지는 자신의 고민거리에서 해방되고자 노력한다.
진은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남편 조지와 별 탈 없이 여태까지 살아왔다. 무미건조한 생활의 그녀에게 조지의 회사동료였던 데이비드가 등장한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그녀의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불륜 덕분에 그녀는 즐겁다. 하지만 남편이 눈치 채기 전에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그렇지만 위태롭고 아찔한 이 관계는 끊을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다.
케이티는 아이가 딸린 가난뱅이 이혼녀이다. 안정된 생활을 위해 아무조건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레이와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케이티는 첫 남편과 전혀 다른 레이를 진정 사랑하는지 헛갈린다. 레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케이티의 부모(조지, 진)도 레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남동생(제이미) 역시 부정적 반응이다. 케이티는 알고 싶다. 정확히 하고 싶다. 그녀가 레이를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제이미는 까탈스럽다. 게다가 동성애자이다. 사람들에게 상처입을까봐 거북이가 등껍질 속에 숨듯이 스스로를 타인으로부터 차단시키며 생활하고 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토니에게까지도 이런 태도로 일관한다. 토니가 떠나자 제이미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다. 토니와의 이별만으로도 벅찬 상황인데 누나는 미개인과 결혼한다고 하고, 아빠는 정신이 점점 이상해져서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으며, 엄마는 아빠 회사동료였던 남자와 바람이 났단다. 제이미는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숨도 못 쉴 것 같다.

나는 조지의 입장에 가깝게 접근하면서 이야기를 읽었다. 그랬기에 그의 심리변화가 직접적으로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특히 진과 데이비드의 관계를 목격한 후 처음에는 덤덤한 척했으나 결국 정신줄을 놓아버린 조지가 너무 안타까웠다. 조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만큼 충격적인 사건을 아무렇지 않은 듯 반응을 보인 그가 실상은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떠내려갔던 것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소문난 하루』는 아주 생생하다. 인물들의 심리를 작가는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아, 맞아! 나도 이런 생각을 하지…….', 하며 수긍하게 한다. 특히 조지가 습진을 암이라 확신하는 순간부터 죽음의 두려움을 떠올릴 때까지의 변화되는 복잡한 심리를 세세하게 표현해낸다. 이곳저곳에서 수없이 떠오르는 심리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놓는 작가의 실력은 정말 탁월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문난 하루'는 케이티의 결혼식 당일날이다. 데이비드의 안면을 머리로 받아버린 조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지가 데이비드를 때려눕힐 때 진은 깨닫는다. 케이티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레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제이미는 결혼식장에 토니가 나타나서 너무 행복하다.
'소문난 하루'는 4인 가족을 구원한 날이다. 이제 안개 속에 놓인 것 같은 그들의 시간은 행복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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