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털엔진]반짝이는 상상력의 바다에 빠져보자!

모털 엔진 ㅣ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처음부터 끝까지 '필립 리브'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모털엔진』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작가 '필립 리브'의 팬이 되었다.
『모털엔진』을 처음 접했을 때 나에게 '필립 리브'는 생소하고 낯선 작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열혈 팬이 되었다.
보통의 SF소설, 즉 판타지소설이라 일컫는 장르는 10대를 타깃으로 한다고 간주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작품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그 가치마저 가볍게 평가절하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같은 작품을 낳은 SF소설을 쉽게 평가절하할 수 없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 나는 SF소설의 가치를 지인들에게 열심히 피력하며 추천하게 된다.

『모털엔진』은 SF소설을 바탕으로 성장소설, 환경소설, 사회소설이 첨가되어 있다. '런던'은 바퀴가 달린 움직이는 도시이다. 바퀴가 어느 정도로 커야 도시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3000년 이후의 세계는 견인도시와 반 견인도시의 대립구도가 나타난다. 힘세고 강한 견인도시가 작고 약한 견인도시를 취하는 '약육강식'이 깔끔하게 적용되는 그런 세계이다. 그리고 이젠 견인도시는 반 견인도시까지 집어 삼키려고 한다. 3000년 이후의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가능케 한 견인도시는 인간의 위선을 보여준다. 런던 최상층의 갑판에 살고 있는 높은 계급의 인간들은 안락하고 행복하지만 견인도시 하부내장갑판에서 '런던'의 원동력을 생산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하위층은 행복하기는커녕 죽어서도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없다. 인간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털엔진』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런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도시'를 처참하게 짓밟는 것이 묵인되는 제국주의 사고, 사회적 모순을 작가는 매순간마다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 톰은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헤스터와 일행이 된다. 각자 다른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도시 '런던'으로 향한다. 목표물이 바퀴달린 도시이기에 그들의 여정은 고단하고 매우 위험하다. 자신의 우상 밸런타인의 이중성을 알아가면서 톰은 성장한다. 밸런타인에게 끔찍한 얼굴을 받은 헤스터는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소녀이다. 헤스터는 톰과 만나면서 마음속에 숨겨뒀던 따뜻함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따뜻함을 편히 드러낼 수 없다. 이는 그녀의 낙인과도 같은 얼굴 때문이다.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은 그녀를 과거에서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다. 밸런타인의 딸, 캐서린은 자신의 아버지가 영웅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숨겨진 모습을 알고 괴로워한다. 캐서린이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아가씨였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캐서린은 행동한다. 그녀는 밸런타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메두사를 없애기 위해서, 아버지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그녀는 '용기'를 낸다. 캐서린의 '용기' 때문에 과거 속에 속박되어 있던 헤스터는 비로소 자유롭게 된다.

『모털엔진』은 대중의 관심사를 확실하게 꿰뚫고 있는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화 작업 중인 판타지 작품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장면마다 나름대로 영상화를 시도해보았다. 작가의 뛰어난 묘사 때문에 나만의 영상화작업은 쉽게 이뤄졌다.
일단 『모털엔진』은 남녀노소 넓은 독자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화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겠지만 한발 앞서 『모털엔진』을 만나보면 더욱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모털엔진』은 견인도시 연대기 4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이다. 모름지기 판타지작품은 대장정의 긴 이야기여야 그 장르의 재미를 잘 살리는 것이라고 평소 생각했다. 필립 리브의 견인도시 연대기 시리즈는 나의 의견에 부합되는 작품이다. 출판사 부키는 앞으로 2번째 시리즈를 6월에, 올해 안에 4부작을 모두 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필립 리브의 새로운 팬으로서 나머지 시리즈를 즐거운 마음으로 학수고대할 것이다. 아직 『모털엔진』을 읽지 않은 독자는 톰과 헤스터를 빨리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