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12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나날》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추억에는 행복한 추억도 있고 불행한 추억도 있다. 《아름다운 나날》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 따라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부터 수도원의 기숙학교를 전전하며 부모와 떨어져 생활한다. '나'는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나'의 부모는 애초부터 사랑같은 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애정결핍인 '나'는 기숙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룸메이트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닫고 지낸다. 그러던 중, '나' 앞에 "프레데리크"가 나타난다.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프레데리크", 그녀에게 자꾸 관심이 간다. 먼저 다가가 이름을 물으면서 '나'와 그녀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주인공 소녀는 프레데리크와 그들만의 산책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프레데리크와 대화하기 위해 무관심한 분야까지 공부한다. 소녀에게 프레데리크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람이라 여기면서 프레데리크를 동경하게 된다.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준다. 동경하고 질투하기에 그녀의 필체를 따라 연습하고 새로운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들킬까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나 역시 소녀시절의 감성을 지나온 터라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아, 나도 그땐 그랬었던 적이 있었지!', 하며 과거를 되짚어가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 플뢰르 이애기는 간결한 문체를 선보인다.
작가의 덤덤하게 회상하듯이 써내려가는 글은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내용을 가볍고 산뜻하게 만든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지루하고 긴 만연체보다는 가벼운 간결체가 훨씬 반가웠다.

《아름다운 나날》에는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아버지와 딸의 크루즈 여행기를 다룬 《프롤레테르카 호》가 수록되어 있다. 두 번째 작품 초반에는 《아름다운 나날》의 주인공과 그녀의 아버지가 등장한다고 생각됐다. 물론 두 주인공은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라 착각이 생길만큼 두 단편의 주인공들은 매우 닮아있었다. 역시 뒷이야기의 주인공 소녀도 매우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일관되게 건조한 화법에 비해서 추억에 대한 소녀들의 태도는 꽤나 긍정적이라 느껴졌다.

현재의 힘들고 어려운 일은 시간이 흘러 흘러 과거의 일이 되고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어진다. 그리고 "추억"이 되는 순간, 자신을 괴롭혔던 일은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못한다. 《아름다운 나날》은 이러한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