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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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을 선택한 이유는 '사라 에밀리 미아노'라는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그녀는 패스트리 조리사, 사설탐정, 관광버스 운전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고 한다. 여러 경험을 체득한 사람이 작가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자신의 경험만큼 다양한 시선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기대했던 것처럼 작가는 실험적인 구성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었다. 단지 과도하게 실험적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사랑의 덧없는 순수함에 바쳐진 기적 같은 연애소설』이라고 작품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사랑의 낭만을 환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표지로 장식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에 의해 매혹적인 '연애소설'이라 불리기는 어려울 듯싶다. 《눈에 대한 백과사전》을 다 읽고, 나는 "처절""몽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과정을 편지로 주고받는 모스와 버터플라이.
난생 처음으로 아빠의 도움을 받아 스케이트를 타게 되는 아이.
죽은 아내의 얼굴에서 색감을 떠올리고 걸작을 만든 화가.
부모의 관심을 갈구하는 폴리나와 자기만의 세계에서 거식증에 걸린 리비.
지갑에서 빠져 나온 쪽지를 우연히 읽게 되는 남자.
극과 극의 만남을 선택한 유리에 현혹된 얼음공주.
버팔로에 폭설이 내린 날, 셰이와 도라의 신비한 만남.
얼음과 눈을 묘사하는 49가지 단어를 사용하는 에스키모인들.
백혈병에 걸린 엄마와 가족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지. 등등…….

솔직히 이 작품의 초반은 매우 어렵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가기가 수월하지 않다. 직접적인 설명이 아닌 비유적인 표현이 많기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힘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1/3을 지나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희곡 형식의 독특한 얼음공주이야기는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특히 인상 깊었다. "얼음"을 상징하는 공주와 "불"을 대변하는 왕자, 극과 극은 나란히 존재하면 아름답지만 큰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 고통에 대처하는 공주와 왕자의 이야기이다.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알파벳 순서대로 단어가 주어지고 그에 따른 이야기가 열거된다. 백과사전 형식의 구성이여서일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구분선을 명확하게 결정짓지 못했다. 모든 이야기가 실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실제 있었던 이야기도 담겨있다.
또한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나의 손이 매우 바빴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눈에 관련된 단어 다음에 등장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람의 이름으로 마무리된다. 이름은 책의 뒤쪽의 "주"라는 곳에 추가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뒤쪽의 추가설명을 찾아보는 형식이 처음에는 번거롭고 익숙하지 않았지만 중반정도로 넘어가니 번거롭기만 하던 작업이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작업으로 다가왔다.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책장만 채우고 있는 딱딱한 "백과사전"처럼 독자에게 친절한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눈"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어느 순간 내 옆에 다가와 버린 작품이 되었다. "눈"에 대한 다른 시선을 만나보고 싶다면 《눈에 대한 백과사전》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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