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에는 활자도 큼지막하고 사진도 많아서 작가의 이야기에 쉽게 동참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업이 시인인 작가의 이야기는 책 제목만큼이나 나에게는 '낯선 여행길'이 되었다.
작년만하더라도 여행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나였다.
하지만 지인이 건네준 여행서 한 권 덕분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관련 여행서는 한번도 접하지 않아서 관심 반 호기심 반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여행과는 인연이 없는 나이기에 조은 시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눈에 담았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에서 등장하는 여행지들 중 내가 가 본 곳은 단 한 곳, '국사당' 뿐이었다.
내가 경험한 적이 있는 '국사당'편은 매우 친근한 느낌이 들었으며 같은 공간을 경험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다른 여행지에는 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기에 더욱 열심히 조은 시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는 여행지에 대해서 속속들이 묘사하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친절하지 않다.
나같은 여행초심자에게는 그리 친절한 여행정보서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각각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한없이 부족한 나로서는 작가의 이야기(생각)을 한번에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최소 2번은 곱씹어야 저자의 여행길에 어렵사리 동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점은 내게 낯설었을 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뒤를 따랐다.
감성적이면서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투영시킨 듯한 작가의 문체는 나에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또한 단순 여행지 정보가 아닌 타인의 솔직한 의견과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낯선 여행길'을 떠나는 데 주저함을 없애준다.

작품 초반에 작가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싫어하는 고독한 시인이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도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손난로가 100개쯤 들어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동질감에 괜히 흐뭇해하며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를 단순 여행서가 아니다.
책표지에 "여행산문집"이라고 쓰여있듯이 이 책은 후자쪽 "산문"에 더 가깝다.
하지만 등장하는 여행지나 작가가 직접 찍은 듯한 사진은 "여행"쪽에도 힘을 실어준다.
우리나라의 여행지와 조은 시인의 이야기는 잘 버무려진 쓴 맛도 나고 단 맛도 나는 산나물처럼 맛이 잘 배어 있다.
 

나는 오늘도 서점에 들러서 신나게 책구경을 했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를 열심히 읽고 있던 터라 당연히 여행서분야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제일 먼저 반갑게 내 눈에 들어 온 작품은 다름아닌 <낯선 길로 돌아오다>였다.
그리고 다른 여행서들도 둘러봤는데 거의 90%이상이 외국에 관한 것들이어서 아쉬웠다.
도쿄와 스페인 사이에서 당당하게 서 있던 <낯선 길로 돌아오다>가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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