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2009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0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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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때문에 상처받은 두 아이가 있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때문에 주유소에서 숙식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호.
하루 24시간을 통제하며 공부를 못하면 "낙오자"라는 엄마때문에 공부만하는 기계가 된 도윤.
약간은 껄렁한 강호와 모범생인 도윤은 초등학교때 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강호는 도윤의 엄마에게 "다른 부류"라고 규정지어진 후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강호는 도윤을 멀리할 뿐만 아니라 도윤을 왕따로 만들어 버린다.
도윤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윤의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윤은 일련의 사건들을 전혀 모른 채, 변해버린 강호의 모습에 당황해한다.
'도대체 강호는 왜 갑자기 변해버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윤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은 흘러 초등학생아이들이 이젠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외고에 진학한 후 적응에 실패한 도윤은 강호의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면서 다시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한다.

성장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에 쉼없이 손이 가는 이유일 것이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를 읽으면서도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는 것 같았다.

강호는 불우한 환경에 있음에도 참 멋진 아이다.
(환경을 탓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환경의 영향이 상당히 크기에) 강호는 충분히 나쁜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은 아이였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을 정도로 생각이 바로 잡힌 누구에게나 당당한 아이다.
가끔씩 자신의 의지가 흔들릴때마다 동생 강이를 떠올리면서 의지를 바로잡는다.
그런 강호에게 갑작스런 도윤의 등장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사건이리라.
초등학생때 도윤의 엄마에게 분풀이를 할 수 없었던 것을 애먼 도윤에게 왕따로 앙갖음을 한 것이다.
강호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역시 그 일때문에 도윤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씩 도윤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어쩌다 밴드부활동을 같이 하게 된 후 둘의 관계는 조금씩 예전으로 회복된다.

<파랑치타가 달려간다>는 두 주인공 강호와 도윤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교차되는 두 시점덕분에 독자에게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달된다.
만약 한 사람의 시점으로만 내용이 펼쳐졌다면 이만큼 효과적으로 이갸기가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도윤엄마가 매번 말했던 "다른 부류"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난다.
도윤의 엄마는 "다른 부류"라는 말을 이용해서 인간관계의 선을 그어 버린다.
안타깝지만 도윤의 엄마같은 사람들은 실제로도 정말 많다.
많은 세월을 살지는 않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다보니 "다른 부류"라는 선긋기가 거짓이 아님에 애석함을 느낀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둘러쌓여 있으면 이런 선긋기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회라는 바다에 발을 내딛게 되면 본격적으로 선긋기가 시작되고 선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씁쓸해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결국 큰 상처를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고해서 도윤 엄마의 선긋기 놀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마저 선긋기 놀이를 강요하는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
생각이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세뇌하듯이 선긋기를 강요하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벽을 쌓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강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나쁜 습관은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은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힘든 일일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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